가을 엽서 홍해리
풀잎에 한 자 적어 벌레소리에 실어 보냅니다 난초 꽃대가 한 자나 솟았습니다 벌써 새끼들이 눈을 뜨는 소리, 향기로 들립니다 녀석들의 인사를 눈으로 듣고 밖에 나서면 그믐달이 접시처럼 떠 있습니다 누가 접시에 입을 대고 피리 부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창백한 달빛을 맞은 지상의 벌레들도 밤을 도와 은실을 잣고 있습니다 별빛도 올올이 내려 풀잎에 눈을 씻고 이슬 속으로 들어갑니다 더 큰 빛을 만나기 위해 잠시, 고요 속에 몸을 뉩니다 오늘도 묵언 수행 중이오니 답신 주지 마십시오.
출처 : 한밭대학교평생교육원 시낭송반
글쓴이 : 권교수 원글보기
메모 :
가을 엽서
洪 海 里
풀잎에 한 자 적어
벌레소리에 실어 보냅니다
난초 꽃대가 한 자나 솟았습니다
벌써 새끼들이 눈을 뜨는
소리, 향기로 들립니다
녀석들의 인사를 눈으로 듣고
밖에 나서면
그믐달이 접시처럼 떠 있습니다
누가
접시에 입을 대고
피리 부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창백한 달빛을 맞은
지상의 벌레들도
밤을 도와 은실을 잣고 있습니다
별빛도 올올이 내려
풀잎에 눈을 씻고
이슬 속으로 들어갑니다
더 큰 빛을 만나기 위해
잠시,
고요 속에 몸을 뉩니다
오늘도
묵언 수행 중이오니
답신 주지 마십시오.
- 시집『푸른 느낌표!』(2006)
* 마침 책상 위에 놓여 있는 素心蘭이 꽃대 두 개를 올려 꽃을 피웠다.
맑고 향기롭다.
2012.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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