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詩』와 우이시낭송회

시를 낭송하며 인생을 돌아봐요 / 우이시낭송회

洪 海 里 2013. 3. 30. 11:20

* 월간《은퇴저널》2013. 3월호

- 윤정아 기자

 

시를 낭송하며 인생을 돌아봐요

- 우이시낭송회

 

   문학은 새 길을 열어 준다.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문학과 음악이 만나는 시는 그 자체로 가슴을 뜨겁게 달군다.

  사람과 시가 함께 하는 시낭송을 통해 삶의 의미를 더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한 시인이 말했다. '시란 무료한 일상에서 기지개를 켜다가 은하수 천장의 별들과 부딪힌 흔적들'이라고.

또 다른 시인이 말했다. '시는 현실의 고치를 뚫고 나비로 날아오르는 것'이라고. 시란 때로는 자연의 속삭임이고,

때로는 시인의 일상이 녹아든 감성 그 자체다. 그래서 시는 낭송하는 것만으로 타들어가는 여름날 들이킨 냉수처럼

갈증을 해소해 준다.

  북한산 자락에 눈자국이 총총히 박힌 1월의 마지막 토요일. 도봉도서관 시청각실에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은 '우리시회' 회원들의 시낭송회가 있는 날이다. 우리시회는 1987년 우이동 인근에 살고 있던

시인(이생진, 임보, 홍해리, 채희문) 몇이 모여 '우이동시인들'이라는 동인을 만들면서 시작됐다. 문학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따끈따끈한 신작이 나오면 발표하는 자리도 갖자는 취지였다. 1987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중단된 적이

없이 이어져왔다니 그 열정이 대단하다.

  이날 낭송회는 사회를 맡은 박원혜(56) 시인의 낭송으로 시작됐다.

 

"옷을 벗지 않고도 알몸이 되어

세상이 다 젖도록 울고 싶다가

세상을 흔들도록 신명나다가

세상의 관심에서 멀고 싶다가

   ~~~ 중   략 ~~~

행복하십니까

때로는 그래야지요"

 

 박원혜 시인은 찬 서리에 얼어붙은 들꽃처럼 건조한 목소리로 또작또박 장미숙 시인의 '예인'을 낭송했다. "시가

참 에쁘다"며 "날씨는 춥지만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오늘과 참 잘 어울리는 시"라고 감상평을 말하기도 했다.

 

기교없이 감성을 담아내는 시낭송

 

  낭송은 특별한 기교가 필요하지 않다. 한 달 동안 고심해 완성한 새로운 작품을 소개하는 시인도 있고, 평소 자신이

좋아하는 시릉 낭송하는 일반인도 있다. 모두들 특별한 기교 없이 담백한 목소리로 조곤조곤 한 편의 시를 낭송했다.

시에 얽힌 에피소드를 소개하거나, 사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곁들여 지루하지 않게 시상송이 이어졌다.

  때로는 국악이나 전통무용을 하는 예술인들과 함께 국악을 연주하거나 독주회를 열기도 한다니 다채로운 예술인의

축제라 할 만하다.

  우이시낭송회는 낭송 순서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낭송회에 참석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선택한 시를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만의 감성을 담아 낭송할 수 있다. 자청하고 나서서 시를 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등 떠밀리듯

사회자의 지목을 받아 낭송에 참여하는 사람도 있다. 우이시낭송회가 특별한 것은 남녀노소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시인들이 주축을 이루지만 문인이 아닌 사람도 누구든지 참석할 수 있다.

 

낭송을 통해 시 읽는 즐거움 알게 돼

 

  "시를 어렵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안타까워요. 시가 감동을 주지 못하는 이유는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다는

데 있지요. 독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그 안에서 재미를 찾도록 알려 주면 시를 읽는 사람이 늘어날 거예요. 그런

면에서 낭송은 시의 즐거움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죠."

  회장을 맡고 있는 조병기(73) 시인은 대중들에게 시가 외면당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평생 시와 함께

살았다는 시인은 "나이가 들수록 삶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기 때문에 시니어들에게 시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를 자꾸 읊다보면 시의 참 매력을 느낄 수 있어요. 낭송하는 사람에 따라 느낌이 천차만별이죠.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격정적으로 연주하는 음악처럼 시도 얼마든지 다른 느낌으로 전달할 수 있어요." 초창기부터 우리시회를 이끌어온 홍해리(71)

시인은 시 읽는 즐거움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란다.

  우이시낭송회는 일반인들의 참여율도 높은 편이다.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왔다 우연히 참석하게 됐다는 김명화(45) 씨는

"시든 소설이든 눈으로 읽는 것에 익숙했는데, 타인의 육성을 통해 들으니 더욱 가슴이 뜨거워진다"고 말했다.

 

  누구에게나 시인이 감성이 있다. 주름살마다 가슴 시린 사연을 담고 사는 시니어들에게는 삶 그 자체가 시일지도 모른다.

삶을 이해하는 통로이자 지친 삶을 위로해 주는 시낭송. 책장에서 오래된 시집 하나 꺼내 큰 목소리로 읽어 보자. 입을 통해

나오는 목소리가 울림이 되어 가슴을 때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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