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스크랩] 독작하는 봄

洪 海 里 2013. 4. 16. 16:45

 

 

 

 

oil on canvas 53.0 x 45.5 

 

 

 

 

앵앵대는 벚나무 꽃그늘 아래

홀로 앉아 술잔을 채우다 보니

무심한 바람결에 꽃잎 절로 날리고

마음은 자글자글 끓어 쌓는데

가슴속 눌어붙은 천년 그리움

절벽을 뛰어내리기 몇 차례였나

눈먼 그물을 마구 던져대는 봄바람

사랑이 무어라고 바르르 떨까

누가 화궁花宮으로 초대라도 했는가

시린 허공 눈썹길에 발길 멈추면

사는 일 벅차다고 자지러드는 날

햇빛은 초례청의 신부만 같아

얼굴 붉히고 눈길 살풋 던지는데

적멸보궁 어디냐고 묻지 말아라

네 앞에 피어나는 화엄花嚴을 보라

마저 피지 못한 꽃도 한세상이라고

꽃은 절정에서 스스로 몸을 벗는다

왜 이리 세상이 사약처럼 캄캄해지나

무심한 바람결에 꽃잎만 절로 날리니

달뜨는 마음 하나 마음대로 잡지 못하네.

 

 

詩 홍해리


 

 

작업노트
 

테헤란로 길 모퉁이에 서면

봄 바람이 북풍보다 더 시리게 파고든다.

치열하게 살아 본다고 등허리에서 땀방울 흐르는데

동토의 긴 어둠속에서 헤어나지 못한

쓰디쓴 시간은 한숨 속에 지쳐간다.

춘정에 사무치는 꽃들은 유혹하는데                    

손이 시렵고 마음이 시렵다.

인생은 때로 기도 속에 있지 않다던가....

.

.

.

 

아름다운 시를 사용하도록 허 해 주신

홍해리 시인 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출처 : 지구별 여행자
글쓴이 : 무소유 원글보기
메모 :

지금 우이천변에 벚나무가 한창 안달이 났습니다.

바로 이 詩를 쓰던 때와 똑같은 계절입니다.

몇 해 전 벚꽃이 한창이던 어느날 이 시를 썼습니다.

벚나무 전체가 폭탄처럼 터지고 있습니다.

꽃그늘에 앉아 한잔 기울이고 싶은 날들이 저물고 있습니다.

2013, 4, 18. - 洪海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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