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il on canvas 53.0 x 45.5
앵앵대는 벚나무 꽃그늘 아래
홀로 앉아 술잔을 채우다 보니
무심한 바람결에 꽃잎 절로 날리고
마음은 자글자글 끓어 쌓는데
가슴속 눌어붙은 천년 그리움
절벽을 뛰어내리기 몇 차례였나
눈먼 그물을 마구 던져대는 봄바람
사랑이 무어라고 바르르 떨까
누가 화궁花宮으로 초대라도 했는가
시린 허공 눈썹길에 발길 멈추면
사는 일 벅차다고 자지러드는 날
햇빛은 초례청의 신부만 같아
얼굴 붉히고 눈길 살풋 던지는데
적멸보궁 어디냐고 묻지 말아라
네 앞에 피어나는 화엄花嚴을 보라
마저 피지 못한 꽃도 한세상이라고
꽃은 절정에서 스스로 몸을 벗는다
왜 이리 세상이 사약처럼 캄캄해지나
무심한 바람결에 꽃잎만 절로 날리니
달뜨는 마음 하나 마음대로 잡지 못하네.
詩 홍해리
작업노트
테헤란로 길 모퉁이에 서면
봄 바람이 북풍보다 더 시리게 파고든다.
치열하게 살아 본다고 등허리에서 땀방울 흐르는데
동토의 긴 어둠속에서 헤어나지 못한
쓰디쓴 시간은 한숨 속에 지쳐간다.
춘정에 사무치는 꽃들은 유혹하는데
손이 시렵고 마음이 시렵다.
인생은 때로 기도 속에 있지 않다던가....
.
.
.
아름다운 시를 사용하도록 허 해 주신
홍해리 시인 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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