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시집 1979~1981/『산상영음山上詠吟』(1979)

무교동武橋洞

洪 海 里 2013. 7. 15. 17:06

무교동武橋洞

 

洪 海 里

 

 

 

빛나는 물, 빛인 물, 너 물이여
별인 물, 달인 물, 바람인 물, 불인 물,
무의미의 물이여
아득한 심장에 타는 불의
찬란한 불꽃이 잠들 때까지.

안개 속에서 누가 신방을 차리고
하염없음과 입맞추고 있다
바다에 익사한 30대 사내들
일어서는 손마다 별이 떨어지고
달이 깨어지고 있다
킬킬킬 무심한 저 달빛이
귀에 와 죽은 소리로 울며
바람이 되고
불이 되어 타고 있다.

십 년도 천 년도 네게는 꽃잎이어니
아픔과 잊음이 문을 열고
죽음까지도 황홀한 빛으로 빛나느니.

토요일밤과 북소리와 오류와 망각이여
그대들은 언제나 빈객이다
깊디 깊은 늪가의 수목들은 쓰러지고
뿌리마다 뿌리째 뽑히우고 있다.

물과 불의 영원한 친화를 위하여
밝음과 어둠의 평화를 위하여
모래 속을 헤매어 온 너의 의미가
오늘 밤은 꿈을 꾸리라 꿈꾸는 꿈을
빨갛게 익은 사과 두 알이 빠개지는 꿈을.

빛나는 물, 빛인 물, 무의미의 물인 너
아득한 심장에 혼자서 타는 불의
찬란한 불꽃이 죽을 때까지.

- 시집『武橋洞』(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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