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시집 1979~1981/『산상영음山上詠吟』(1979)

투망도投網圖

洪 海 里 2013. 7. 15. 17:13

投網圖

 

洪 海 里

 

 

無時로 木船을 타고
出港하는 나의 意識은
칠흑같은 밤바다
물결 따라 흔들리다가
滿船의 부푼 기대를 깨고
歸港하는 때가 많다.

投網은 언제나
첫새벽이 좋다
가장 신선한 고기 떼의
빛나는 옆구리
그 찬란한 純粹의 비늘
반짝반짝 재끼는
아아, 太陽의 눈부신 誘惑
千絲萬絲의 햇살에
잠 깨어 출렁이는 물결
나의 손은 떨어
바다를 물주름 잡는다.

珊瑚樹林의 海底
저 아름다운 魚群의 흐름을
보아, 층층이 흐르는 무리
나의 投網에 걸리는
至純한 고기 떼를 보아
잠이 덜 깬 파도는
土着語의 옆구릴 건드리다
아침 햇살에 놀라
離船하는 것을 가끔 본다.

破船에 매달려 온
失望의 歸港에서
다시 木船을 밀고 드리우는
한낮의 投網은
靑瓷의 항아리
動動 바다 위에 뜬
高麗의 하늘
파도는 고갤 들고 날름대며
外洋으로 손짓을 한다
언제나 혼자서 航海하는
나의 木船은
조난의 두려움도 없이
鋼船처럼 파도를 밀고 나간다.


저 푸르른 바다
海鳴에 흔들리는 下午의 投網
고층 건물의 그늘에서
으깨지고 상한 魚物을
異邦人처럼 주어 모은 손으로
어기어차 어기어차
다시 먼 바다로 木船을 민다.

魚付林을 지나
水平線으로 멀리 나갔다가
조난 당한 船片과
다시 기운 投網
난파된 밀수선에서 밀려온 密語와
바닷바람에 쩔은 바다 사람들의
걸걸한 말투
소금 내음새
갈매기 깃에 펄럭이는
日沒의 바다
官能의 춤을 추는 바다
둥 둥 두둥 둥 둥
푸른 치맛자락 내둘리며
흰 살결 속을 들내지 않고
덩실덩실 原始의 춤을 춘다
그때 나의 本能은 살아
하얀 骨片이 떠오르는
外洋에서 돌아온다.

滿船이 못 된 뱃전에서 바라보면
넋처럼 피는 저녁 노을
오색찬연한 몇 마리의 열대어
그들의 마지막 항의
해질녘 나의 投網에 걸린
이 몇 마리의 파닥임을.

西天엔 銀河
銀河織女의 손 가락가락
밤바다를 두드리고 있다
海面에 흐르는 漁父詞
漆黑 萬 길 海谷에까지
그곳에 흐르는 魚群
물 가르며 물 가르며
나의 意識을 흔들고 있다.

나의 곁을 지나는 漁船의
휘파람 소리……
휘익휙 나의 허전한 歸航을
풀 이파리처럼 흔들고 있다만
찢겨진 投網을 걷어 올리며
닻을 내리는 나의 意識은
찬란한 魚群의 흐름 따라
싱싱한 生鮮의 노랫가락을 그려
다시 投網을 드리운다
가장 신선한 새벽 投網을!

- 시집『投網圖』(선명문화사, 1969)

* 처음 발표했을 당시의 원고대로 한자를 살려 보았다.

왜 그렇게 한자를 많이 썼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이해가 안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읽고 생각하는 맛이 다름을 느낄 수 있다.
한자어도 우리말이 되었으니 잘 살려 써야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3인시집 1979~1981 > 『산상영음山上詠吟』(1979)' 카테고리의 다른 글

3인시집『산상영음』後記  (0) 2013.07.16
첫눈  (0) 2013.07.15
무교동武橋洞  (0) 2013.07.15
화사기花史記  (0) 2013.07.15
시를 쓰는 이유  (0) 2013.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