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치매행致梅行』(2015)

배춧국 - 치매행 · 8

洪 海 里 2014. 2. 17. 05:13

배춧국

- 치매행致梅行 · 8

 

洪 海 里

 

 

 

봄의 동이 트라고

남녘 바닷가 봄바람이 실어온

몸속에서 겨울을 다 삭여낸 봄동

배추[白菜]가 아닌 청채靑菜

야채野菜는 약채藥菜가 틀림없어

손으로 숭덩숭덩 잘라 넣고

된장을 풀어 국을 끓였습니다

겨우내 하늘과 땅속의 봄맛을 모은

푸른 힘이 된장에 풀어져

그만 뼈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젊음을 잃어버린 아내처럼

봄맛이 살아나지 않습니다

사라진 아내의 손맛이 그리워도

불러오지 못하는 소금맛

입 안에 소태맛만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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