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치매행致梅行』(2015)

어느 날 문뜩 - 치매행 · 7

洪 海 里 2014. 2. 15. 20:18

어느 날 문뜩

치매행致梅行 · 7

 

洪 海 里

 

 

 

아내 얼굴을 보지 않고

 

한평생 살았습니다

 

늘 아늠 곱고 젊을 줄만 알았습니다

 

어느 날 문뜩 마주친 아내

 

주름지고 핏기 가신 창백한 모습

 

아내가 아니었습니다

 

아늘아늘하던 아내는 어디 가고

 

낯선 사람 하나 내 앞에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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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순란 여사의 '휴천재 일기'
2014. 6. 3. (화) 하루종일 가랑비

   점심상에서 보스코가 “여보, 우이동 홍해리 시인이 치매 걸린 자기 아내의 사연을 일 년간 시로 쓰겠데. 6월호에 첫 회분이 실렸어.”란다. 아예 제목부터 “치매행(癡呆行)” 아닌 “치매행(致梅行)”이라고 붙여놓았다.

아내의 얼굴을 보지 않고
한평생 살았습니다
늘 아늠 곱고 젊을 줄만 알았습니다
어느 날 문득 마주친 아내
주름지고 핏기 가신 창백한 모습
아내가 아니었습니다
아늘아늘하던 아내는 어디 가고
낯선 사람 하나 내 앞에 서 있습니다
                                   - 홍해리, 「어느 날 문득」

   그런 아내를 바라보는 시인(홍해리 시인은 보스코와 동갑이다)의 서글픔이 와락 전해온다. 차라리 “아내의 전성시대”라는 시로 아내를 놀려먹는 임보 시인(이생진 시인이랑, 홍해리 시인이랑 함께 우이동 3인방이다)이 무척이나 부러울 게다. 홍해리 시인이 밖에 나갈라치면 문밖에 먼저 나와 있고 억지로 떼어놓고 가면 “언제 와?” 한 마디만 할 줄 알면서 전화기 속에서는 "왜 안 와?" 라면서 늘 울고 있다는 아내.... 보스코도 조용히 내 앞에 앉아 생소한 눈길로 내 눈을 생소한 듯 들여다보고 있다가 말없이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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