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치매행致梅行』(2015)

아내가 이상하다 - 치매행 · 18

洪 海 里 2014. 2. 24. 17:03

아내가 이상하다

- 치매행致梅行 · 18

 

洪 海 里

 

 

 

곱게 나이 들던 아내가 이상합니다

하찮은 일 중요한 일에 연연 마라는 듯

큰 것 작은 것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적은 것 많은 것 상관을 하지 않습니다

다 버린 듯 다 잊은 듯 담담합니다

세상을 초탈한 듯 덤덤합니다

세월도 비껴가지 못하는 무심한 언덕에서

남에게 보이기 위해 살지 마라는 듯

창밖을 내다봅니다

걸어가는 이들

뛰어가는 사람들

병원 창문으로 보면 위대해 보입니다

아파야 사는 일도 맛이 더 합니다

오늘은 사랑의 편지를 보내도 받지 않는

아내의 이메일 주소를 지워버렸습니다

 

아, 내가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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