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치매행致梅行』(2015)

밥상 -치매행 44

洪 海 里 2014. 3. 2. 08:13

밥상

 - 치매행致梅行 · 44

 

洪 海 里

 

 

 

 

입맛 달아나고

밥맛도 떨어졌는지

조금 떠 준 밥도

내게 다 덜어놓고

국도 덜어내려 밥솥을 엽니다

화들짝,

대접을 빼앗아 국솥에 덜어 줍니다

남은 국도 먹다 말고 슬그머니 버립니다

나 혼자 꾸역꾸역 밥을 떠 넣고 있습니다

아귀餓鬼ㄴ 듯 걸귀乞鬼ㄴ 듯 아귀처럼

목구멍이 미어져라 퍼 넣으면서

목이 메어 가슴이 멍멍해집니다

밥이 넘어가지 않아

긴 식사 시간이 자꾸만 길어집니다.

 

-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황금마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