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 치매행致梅行 · 44
洪 海 里
입맛 달아나고
밥맛도 떨어졌는지
조금 떠 준 밥도
내게 다 덜어놓고
국도 덜어내려 밥솥을 엽니다
화들짝,
대접을 빼앗아 국솥에 덜어 줍니다
남은 국도 먹다 말고 슬그머니 버립니다
나 혼자 꾸역꾸역 밥을 떠 넣고 있습니다
아귀餓鬼ㄴ 듯 걸귀乞鬼ㄴ 듯 아귀처럼
목구멍이 미어져라 퍼 넣으면서
목이 메어 가슴이 멍멍해집니다
밥이 넘어가지 않아
긴 식사 시간이 자꾸만 길어집니다.
-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황금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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