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치매행致梅行』(2015)

허수아비 -치매행 · 42

洪 海 里 2014. 3. 1. 09:28

허수아비

 - 치매행致梅行 · 42

 

洪 海 里



사내도 때로는 나락에 떨어져 울고 싶은 때가 있다
오동의 속살을 밤새도록 손톱으로 파는 밤이 있다

한평생이 독같이 외로운 어둠의 길이어서
울리지 않는 은자隱者의 북을 두드리면서,

홀로 고요해지고 있는 저 들판의 저녁녘
너덜거리는 옷때기 한 자락 걸치고 있는,

나는 가슴 텅 빈,

허수어미의 허수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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