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 치매행致梅行 · 42
洪 海 里
사내도 때로는 나락에 떨어져 울고 싶은 때가 있다
오동의 속살을 밤새도록 손톱으로 파는 밤이 있다
한평생이 독같이 외로운 어둠의 길이어서
울리지 않는 은자隱者의 북을 두드리면서,
홀로 고요해지고 있는 저 들판의 저녁녘
너덜거리는 옷때기 한 자락 걸치고 있는,
나는 가슴 텅 빈,
허수어미의 허수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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