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치매행致梅行』(2015)

<시> 새벽밥 -致梅行 84

洪 海 里 2014. 3. 23. 04:51

새벽밥

- 치매행致梅行 · 84

 

洪 海 里

 

 

 

먼 길 떠나는 사람에게이듯이

아내는 새벽마다 새로 밥을 지었습니다

그렇게 나를 출근시키던 아내를 위하여

오늘은 내가 밥을 짓고 장을 끓입니다

된장을 풀고 양파, 버섯, 호박을 썰어넣고

파, 마늘, 고춧가루도 넣었습니다

두부도 넣고 보글보글 끓여 냅니다

새벽밥 먹고 출근하던 때를 그리며

상을 차리고 아내를 부릅니다

된장국인지 된장탕인지 맛도 모르고

아내는 수저를 들고 있습니다

밥을 뜨고 장을 퍼 입에 넣습니다

입맛 다 달아나고

밥맛도 떨어진 아내의 표정,

가만히 쳐다보다 한숨을 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