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가곡·문화글판·기타

위도상사화, 희생-배려로 하나되는 ‘사랑’ / 노점홍(부안군 부군수)

洪 海 里 2015. 8. 27. 22:02

<새전북신문>

 

위도상사화, 희생-배려로 하나되는‘사랑’

 

노 점 홍(부안군 부군수)

2015년 08월 27일 (목) 노점홍 부안군 부군수 APSUN@sjbnews.com


‘내가/ 마음을 비워/ 네게로 가듯/ 너도/ 몸 버리고/ 마음만으로/ 내게로 오라/ 너는/ 내 자리를 비우고/ 나는/ 네 자리를 채우자/ 오명가명/ 만나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가는 길이 하나이기 때문/ 마음의 끝이 지고/ 산그늘 강물에 잠기우듯/ 그리움은/ 넘쳐넘쳐 길을 끊나니/ 저문저문 저무는 강가에서/ 보라/ 저 물이 울며 가는 곳/ 멀고 먼 지름길 따라/ 곤비한 영혼 하나/ 낯설게 떠도는 것을.’

한국 현대시단의 중진인 洪海里 시인의 시 「상사화相思花의 전문이다.

  꽃이 필 때는 잎이 없고 잎이 달려 있을 때는 꽃이 없어 서로 만나지 못하면서 간절하게 그리워한다고 해 이름 붙여진 그 꽃 ‘상사화’를 소재로 삼은 대표적인 작품이다.

  또 죽은 아버지의 극락왕생을 바라는 효성 깊은 소녀의 백일간의 탑돌이와 이 소녀를 사랑했지만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죽은 젊은 스님의 아름답고도 슬픈 전설이 담긴 꽃도 바로 ‘상사화’다.

  그래서 상사화의 꽃말은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다. 꽃 색깔도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의 아픔을 간직한 깊은 붉은색과 노란색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부안 위도에서만 자생하는 위도상사화는 깨끗하고도 고결한 순백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마치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 아니라 ‘영원불멸의 순결한 사랑’을 의미하듯 너무나도 희다. 위도상사화는 이른 봄 3월엔 잎이 나고 그렇게 자란 잎이 6월에 다 지고 8월 어느 날 갑자기 하룻밤 사이 꽃대가 오르면서 사방으로 꽃이 펼쳐지듯 핀다. 이른봄 다른 식물들이 채 눈도 뜨기 전에 위도상사화는 풍성한 잎을 틔우는 것이다.

  이처럼 위도상사화에는 끈질긴 생명력이 있다. 한겨울 세상 모든 것을 뒤덮는 폭설에도, 살을 에듯 불어오는 서해바다의 칼바람에도 위도상사화는 어김없이 3월이면 잎을 틔우고 8월이면 순백의 꽃을 피운다. 위도상사화는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의 아픔이 아니라 서로 희생하고 배려하면서 하나되는 ‘영원한 사랑’인 것이다. 또 위도상사화의 희생과 배려는 한평생 자식을 위해 희생하고 가족을 위해 배려하는 우리네 어머니와도 닮아 있다.

  “엄마는 너희들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는 어머니들의 희생이 자식들을 살찌우고, “하루 종일 밭에서 허리 한 번 펴지도 못하고 호미질 해도 가족만 보면 힘이 난다”는 어머니들의 배려가 가족의 행복한 웃음꽃을 피우듯 위도상사화와 어머니는 희생과 배려의 아이콘이다.

  위도상사화가 절정인 8월 말에는 ‘고슴도치섬’ 위도가 새하얀 순백의 향연으로 물든다. 휘엉청 달 밝은 밤이면 꽃빛과 달빛이 어우러져 그 정취가 환상을 넘어 꿈에서도 볼 수 없는 황홀경을 선사한다.

  올해는 ‘위도상사화 필 무렵 섬마을 달빛보고 밤새걷기’ 축제가 8월 29일 위도에서 열린다.

  아무런 준비 없이 위도를 찾아 희디흰 위도상사화의 아름다움에 취해, 어머니의 품 같은 포근함에 취해 어린 아이가 걸음마를 배우듯 마냥 걷는 축제다.

  위도상사화의 신비함을 더할 한여름 밤의 청명한 달빛과 서해바다의 파도소리가 들려주는 잔잔한 노래는 덤이다. 그 정취에 취해 밤새 섬을 한 바퀴 걸어도 피곤함은커녕 몸과 마음이 힐링되는 신선함을 맛볼 것이다. 상사화의 꽃말이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어도 좋다. 이뤄질 수 없는 사랑에 연연하지 말고 지금 내 곁에 있는 소중한 가족과 연인, 지인과 함께 위도상사화 만발한 8월 말 위도에서 영원불멸의 순결한 사랑을 느껴보자. 그 기적 같은 일을 은은한 달빛 아래서 환상적인 순백의 위도상사화가 멋지게 선사할 것이다. 

                                                                        - 새전북신문 / 2015. 8. 27. 노점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