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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수요일> 팔베개 / 서울경제 2015. 11. 11. / 반칠환(시인)

洪 海 里 2015. 11. 11. 13:22

     <시로 여는 수요일>

     - 서울경제 2015. 11. 11.(수)

  

 

팔베개

- 치매행致梅行 · 65

 

洪 海 里

 

 

아기가 엄마 품에 파고들 듯이
아내가 옆으로 들어와 팔베개를 합니다
그냥 가만히 안고 있으면
따뜻한 슬픔의
어깨가 들썩이다 고요해집니다
깊은 한숨 소리 길게 뱉어내고
아내는 금방 곯아떨어지고 맙니다
마른
빨래처럼 구겨진 채 잠이 듭니다
꽃구름 곱게 피어날 일도 없고
무지개 뜰 일도 없습니다
나도 금세 잠 속으로
잠수하고 맙니다
의 무게가 얼마나 되는지 헤아려 보다
가벼워도 무거운 아내의 무게에
슬그머니 저린 팔을 빼내
베개를 고쳐 벱니다


* 솜베개, 나무베개, 보약베개 다 베어봤지만 세상 시름 잊게 하는 것은 오직 팔베개입니다.

당신 품에 들면 다 식은 슬픔조차 따뜻해져서 공연히 마른눈물 부비며 어깨를 들썩여도 봅니다.

깊게 내쉰 안도의 숨이 당신껜 한숨으로 여겨졌군요.

실토하려 했지만 오인(誤認)의 보상은 더욱 달콤하더군요.

당신은 안쓰러운 듯 등을 토닥여 주었으니까요.

슬그머니 저린 팔 빼내는 것 알았지만 나는 이미 꽃구름 속에 이르렀지요.

당신이 늦게 잠든 새벽녘 나는 깨어 쌀을 씻어 솥에 안칩니다.

무거워도 가벼운 한 생 다시 살아보자구요.

- 반칠환(시인)

 

 

* http://cafe.daum.net/yesarts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