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가을이 아쉬웠는지 붉은 낙엽이 작은 우체통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떠났지만, 가을을 기억해 달라고.
―서울 종로구 삼청동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동아일보 2019. 12. 07.)
시인의 편지
洪 海 里
산만刪蔓하옵고,
일백오십 편의 시로 시집 한 권 엮었습니다
정가, 거금 15,000원정
편당 가격 일백 원
박리 다매薄利多賣로 내놓아도
팔리기는커녕
파리만 날리고 있는
먹지 못하는 밥이 되어
먼지만 쌓이고 있습니다
결국,
나는 일백 원짜리도 못 되는 시인임을 시인합니다
가슴으로 보고 발로 쓰는 시를 위하여
산말을 잡아 방목을 했어야 했습니다
이제,
풀밭에 나가 딱따깨비 메뚜기 방아깨비 베짱이
철써기 풀무치 여치 귀뚜라미와 친구 할까 봅니다
그 애들이 불러 주는 노래나 필사하면서
풀꽃과 놀다 보면
팔도에 솥 걸어 놓았다 할 수 있겠습니까
詩에게 파리 발 드리는 일은 없겠습니다
평안하시기 바랍니다
또 문안드리겠습니다.
2015년 한여름날
북한산 우이동 골짜기에서,
洪海里 배상.
- 월간《우리詩》2019. 12월호.
지나간 가을이 아쉬웠는지 붉은 낙엽이 작은 우체통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떠났지만, 가을을 기억해 달라고.
―서울 종로구 삼청동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동아일보 2019. 12.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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