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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향연’ 구례 산수유꽃 만개한 산수유마을 / 박정원 (월간'산' 부장대우). 조선pub. 2017. 2. 22.

洪 海 里 2017. 2. 28. 10:39

‘봄의 향연’ 구례 산수유꽃 만개한 산수유마을

- 매화 이어 일주일 간격으로 화려한 꽃 피워…

글 | 박정원 월간'산'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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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이 되면 구례 산수유마을은 활짝 핀 산수유꽃으로 마을과 지리산 자락이 온통 노란색으로 물든다. / 사진 구례축제추진위 제공

  이젠 완연한 봄기운을 느낄 수 있다. 겨우내 살을 에는 듯 매서운 바람이 불다가 살가운 바람으로 바뀌었다. 햇볕의 따스한 기운이 느껴진다. 곧이어 꽃샘추위가 봄을 시샘하는 시즌이다.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3월 5일)도 얼마 남지 않았다. 경칩엔 얼음 위를 걷지 말라고 했다. 지표면에 보이는 얼음은 한겨울에 본 그 얼음이지만 얼음 밑에서는 대지를 서서히 녹이는 따뜻한 기운으로 얼음이 얇아져 자칫 차가운 물속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남녘의 따스한 바람은 나무에 새순을 맺게 하고 꽃잎을 벌리게 한다. 꽃이 먼저 피는 나무들은 남녘에서 불어오는 따스한 바람을 기다리며 꽃망울을 터트릴 준비를 한다. 봄꽃을 피우는 시기는 2월말~3월초. 광양의 매화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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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자락으로 난 길 따라 산수유꽃담길이 만들어져 상춘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 사진 구례축제추진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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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수유의 노란색 빛깔은 마을 앞으로 흐르는 계곡 물까지 노랗게 물들이고 있다. / 사진 구례축제추진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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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 때 내린 눈이 산수유꽃과 나무를 덮고 있다. 들판은 온통 백설의 세계로 변했고, 노란과 하얀색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 사진 구례축제추진위 제공

  남녘의 땅, 광양의 매화는 아직 겨울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봄, 섬진강 황어가 올라오는 소리를 듣고 꽃을 피우기 시작하고, 이어 구례 산수유마을의 산수유까지 꽃망울을 터트린다. 축제도 광양 매화축제에 이어 산수유축제가 일주일 간격을 두고 연이어 열린다. 매화의 은은함과 산수유의 화려함으로 남녘의 봄은 본격 시작된다. 산수유꽃으로 온통 노란색으로 변하는 산수유축제의 고장, 구례 산동면 산수유마을을 미리 찾았다.
 
  산수유, 한자로는 山茱萸라고 한다. 산에서 나는 나무의 열매와 풀로 해석이 가능하다. 나무인데 풀 萸(유)자를 쓰는 이유는 아마 나무 가지를 약초로 사용하기 때문이지 싶다. 나무 가지는 약초로 쓰고, 빨간 열매는 식용과 약용으로 두루 사용된다. 버릴 게 없는 나무인 셈이다.
 
  산수유나무는 한때 ‘대학나무’라고도 불렸다. 산수유나무를 키워 나무껍질과 가지는 한약재로, 씨앗은 버리고 열매는 신장기능과 정력보강에 효능이 있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 부모들은 부지런히 산수유를 키워 자식들 교육시키느라 온몸, 아니 일생을 바쳤다. 그래서 산수유나무를 효자나무, 대학나무라고 불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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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화가회 회원이 산수유 풍경을 화폭에 담고 있다. / 사진 구례축제추진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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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짝 핀 산수유꽃 사이로 가족 상춘객이 걷고 있다. / 사진 구례축제추진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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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하는 구례 산수유꽃이 물방울을 머금고 있다. / 조선일보DB

  산동의 산수유는 국내 생산량의 73%, 국내 수확면적의 84%를 차지할 정도로 넓고 많다. 3월 말이 되면 산동면 일대는 산수유꽃으로 온통 노란색 천지로 변한다.
 
  잎이 피기 전 꽃을 먼저 피우는 산수유는 돌틈과 바위, 마을 어귀, 산등성이 등 자리 잡을 만한 곳이면 어디든 뿌리를 내리고 있다. 현재 산수유마을로 알려진 상위마을 주변에는 100년이 훨씬 넘는 산수유가 2만여 그루나 된다. 특히 산수유마을은 섬진강 매화마을을 연계한 봄꽃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있어, 봄이면 상춘객이 끊이질 않는다. 상위마을 외에도 산수유 군락을 이루는 마을로는 하위마을, 대평마을, 상관마을, 사포마을, 현천마을 등이 있다. 산동면 관광단지 일대에 3만5천여 주의 산수유가 식재돼 있어 국내 최대 군락을 자랑한다.
 
  산수유가 우리나라 구례 산동에 들어온 시기는 대략 1천 년 전쯤으로 추정하고 있다. 옛날 중국 산동성에 사는 한 처녀가 구례로 시집오면서부터라고 전한다. 구례 산동과 중국 산동성은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모두 산수유 주산지이기도 하다. 중국 산동성의 지명을 구례 산동에서 따왔다는 얘기도 있다.
 
  산수유의 꽃말은 ‘영원히 변치 않는 사랑’이라고 한다. 이는 산수유의 꽃과 열매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산수유 열매의 씨를 뺄 때 처녀들이 입에 열매를 넣고 씨와 과육을 분리했다. 어릴 때부터 해온 작업이라 처녀들은 앞니가 유난히 많이 닳아 있어서 누구나 쉽게 알아보았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몸에 좋은 산수유를 늘 입에 달고 산 산동처녀들과 입맞춤을 하면 보약을 먹는 것처럼 이롭다고 하여 남원과 순천 등지에서 일등 신붓감으로 꼽혔다. 뿐만 아니라 옛날 구례의 젊은이들은 사랑을 맹세할 때 연인에게 산수유꽃과 열매를 선물하는 풍습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노란색 꽃과 붉은 열매, 이는 사랑을 얘기할 때 항상 사용되는 색깔이기도 하다. 봄의 화사한 색깔인 노란색과 정열을 상징하는 붉은 색이 바로 영원히 변치 않은 사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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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례 산수유꽃축제 중에 열리는 판소리 경연대회. / 사진 구례축제추진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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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례 산수유꽃축제 중에 열리는 가족사진찍기대회에서 산수유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 사진 구례축제추진위 제공

  2월 말부터 피기 시작하는 산수유꽃은 4월말까지 지리산 자락을 노란색으로 물들인다. 지리산 성삼재와 만복대를 배경으로 평촌, 사포, 상관, 하위, 상위, 월계, 반곡, 대평마을과 길 건너 남원 방향의 현천, 달전, 그리고 산수유 시목지가 있는 계척마을까지 온 천지가 노란 물결로 출렁인다. 그 중에서도 상위마을 전망대에 올라 유장하게 펼쳐진 지리산 끝자락을 노랗게 물들인 풍경과 계곡과 바위가 어우러진 반곡마을의 풍광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눈과 귀, 신체의 모든 감각기관은 지리산의 웅장하면서 아담한 풍광과 그곳의 마을을 수놓은 노란색의 향연에 더 이상 언어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다.
 
  그 봄소식을 전하는 산수유축제가 열리는 마을을 관통하며 걷는 길인 산수유꽃담길이 만들어졌다. 길을 걸으며 화려한 꽃을 감상할 수 있는 금상첨화 같은 길이다.
 
  산수유마을로 봄을 맞으러 가서 봄이 오는 소리를 들어보자. 귀를 쫑긋 세워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라.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지, 봄이 오는 모습이 보이는지. 마침 시인 홍해리의 ‘산수유, 그 여자’ 라는 제목의 시가 지금의 분위기를 그대로 전하고 있다.
 


산수유, 그 여자


洪 海 里

 

눈부신 금빛으로 피어나는
누이야,
네가 그리워 봄은 왔다

저 하늘로부터
이 땅에까지
푸르름이 짙어 어질머리 나고

대지가 시들시들 시들마를 때
너의 사랑은 빨갛게 익어
조롱조롱 매달렸나니

흰눈이 온통 여백으로 빛나는
한겨울, 너는
늙으신 어머니의 마른 젖꼭지

아아,
머지않아 봄은 또 오고 있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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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7-02-22 09:17   |  수정일 : 2017-02-22 09: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