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멀다
- 치매행致梅行 · 238
洪 海 里
정은 깊어야 포근하고
깊으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
그리운 것은 멀리서 반짝이고
별은 멀어서 그립다.
그래서
사랑이다.
하여,
그리 깊고도 먼 것인가, 아내여!
* 정情이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마음의 작용이나 그 현상을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정이란 것은 인간의 속성이고 마음에서 스스로 울어나는 본성이 아니겠습니까. 정은 사람됨을 말하고 인품을 말하기도 할 것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시인의 말은 정이 깊으면 포근하다고 했습니다. 심연의 정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 고요의 중심에 시인은 있습니다. 마치 좌불坐佛처럼 앉아 있습니다. 방안이 깊은 산중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흔히 우리가 그립다는 것은 멀리서 반짝이는 별입니다. 하지만 시인이 그리워하는 것은 먼 곳에 있지 않고 가까운 곁에 있습니다. 사랑이 곁에 있어도 그 당사자(아내)는 정이 무엇인지를 모르며 사랑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불구입니다. 그러니 곁에 있어도 별 보다 더 먼 곳에 있는 것입니다. 아내여!라고 불러도 대답이 없는 먼 곳입니다. 이 깊고 멀다는 거리가 실제로는 곁에 있지만, 소통불능의 현실은 아득한 곳에 있다고 보는 게 이 시의 결론입니다. 어찌 수궁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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