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만찬 -치매행 237

洪 海 里 2018. 3. 10. 09:03



만찬

- 치매행致梅行 · 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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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洪 海 里


삶은 감자 한 알

달걀 한 개

애호박고추전 한 장

막걸리 한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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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오월 초이레

우이동 골짜기

가물다 비 듣는 저녁녘

홀로 채우는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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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 만찬은 시인 혼자만의 만찬입니다. 반찬의 가지 수가 세 가지나 됩니다. 삶은 감자와 달걀과 애호박고추전이 그것입니다. 거기에 막걸리 한 병이 추가되어 있습니다. 이 만찬을 준비해 준 사람은 없었습니다. 이 만찬을 준비한 것은 이 시의 주인공 자신입니다. 이미 숙달이 되어 몸에 밴 것 같습니다. 홀로 먹는 만찬이니 수저도 하나입니다. 막걸리 한 병으로 보내는 시간. 누가 잔에 술을 부어주는 사람이 없으니 스스로 잔에 부어 술을 마십니다. 이런 일상을 누구를 탓할 것도 없습니다. 스스로 자신을 깨우고 다짐해야 합니다. “내가 허물어져서는 안 된다.” 자신이 허물어지면 가정이 다 허물어진다고 보는 겁니다. 그런 심정으로 한 끼를 때워야 했을 겁니다. 때가 오월입니다. 녹음이 우거지는 우이동 골짜기. 온갖 기와요초가 생기를 되찾아 생명을 구가하는 때. 홀로 잔을 채우고 삶의 쓰디쓴 맛을 술로 달래는 마음을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가물다 비 듣는 저녁이 마음까지 촉촉이 적시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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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만찬|작성자 솔봉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