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밥을 위하여
洪 海 里
전기밥솥이 알아서 해 주는 밥
며칠을 먹어도 남아 있는 밥
누렇게 변한 밥
혼자서 먹는 말라빠진 밥
이빨을 깨뜨리는 밥
그냥 먹는 밥
밥맛 없으면 입맛으로 먹는 밥
돌솥 오곡밥을 그리워하는 밥
입맛 떨어지면 밥맛으로 먹는 밥
무쇠솥에 불 때는 저녁을 그리워하는 밥
목이 메는 물만밥
자르르 윤나는 솥뚜껑을 그리워하는 밥
후후 불며 함께 먹던 밥을 그리워하는 밥
언제 먹어 봤는지도 모르는 밥
대통 속에서 잘 익은 밥을 생각하는 밥
깨지락깨지락 먹는 밥
시든 밥 시큼하게 쉰 밥 죽은 밥
억지로 퍼 넣고 후르륵 넘기는 밥
먹다, 먹다 마는 밥
반찬도 꺼내지 않고 먹는 밥
맛도 모르고 먹는 서러운 밥
아직 먹지 않은 밥을 기다리고 있는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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