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맛있는 밥을 위하여

洪 海 里 2018. 10. 18. 04:21

맛있는 밥을 위하여


洪 海 里

 

 

전기밥솥이 알아서 해 주는 밥

며칠을 먹어도 남아 있는 밥

누렇게 변한 밥

혼자서 먹는 말라빠진 밥

이빨을 깨뜨리는 밥

그냥 먹는 밥

밥맛 없으면 입맛으로 먹는 밥

돌솥 오곡밥을 그리워하는 밥

입맛 떨어지면 밥맛으로 먹는 밥

무쇠솥에 불 때는 저녁을 그리워하는 밥

목이 메는 물만밥

자르르 윤나는 솥뚜껑을 그리워하는 밥

후후 불며 함께 먹던 밥을 그리워하는 밥

언제 먹어 봤는지도 모르는 밥

대통 속에서 잘 익은 밥을 생각하는 밥

깨지락깨지락 먹는 밥

시든 밥 시큼하게 쉰 밥 죽은 밥

억지로 퍼 넣고 후르륵 넘기는 밥

먹다, 먹다 마는 밥

반찬도 꺼내지 않고 먹는 밥

맛도 모르고 먹는 서러운 밥

아직 먹지 않은 밥을 기다리고 있는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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