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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 / 교보문고 서평

洪 海 里 2018. 11. 16. 10:10

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 


『치매행致梅行』『매화애 이르는 길』『 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 / 洪海里



 『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 

저자
홍해리
출판
 |  2018.10.25.
페이지수
174 | 사이즈 125*207mm
판매가 : 10,000원
 

책 소개

『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는 부인이 앓고 있는 치매에 대하여 홍해리 시인이 겪은 간병일지 詩다. 아직도 부인은 투병 중이고 짧지 않은 8년이란 세월을 한결같이 옆을 지키면서 절절한 상황을 시편으로 끌어낸 작품이다. 총 100편으로 구성된 작품집은 이미 발표한 '치매행(致梅行) 1, 2집'에 수록된 230편 이후 생산된 작품으로 시인의 고뇌가 1, 2집 때보다 더 간절히 녹아 있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저자

洪海里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1964년 고려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으며, 1969년 시집 '투망도'를 내어 등단했다. 시집으로 '화사기', '무교동', '홍해리 시선', '대추꽃 초록빛', '청별', '은자의 북', '난초밭 일궈 놓고', '투명한 슬픔', '애란', '봄, 벼락치다', '푸른 느낌표!', '황금감옥', '비타민 詩' '시인이여 詩人이여' 등이 있다. 현재 사단법인 우리시진흥회 (월간《우리詩》, 우이시낭송회, 도서출판 움)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목차

시인의 말

오늘은 눈썹도천근이다 -치매행 · 231/17
다리/18
시작詩作/19
눈사람/20
밥과 입/21
한심한 봄날/22
만찬/23
깊고 멀다/24
눈물 부자/25
꽃과 별 - 致梅行 · 240/26
화답/27
약/28
세탁하면서/29
세월/30
「꽃에게」후편/31
따로식구/32
풀이라는 이름으로/33
가장 좋은 말/34
몸?35 풍경 -치매행 · 250/36
늦늦가을/37
아내에게/38
동짓달/39
늙은 소/40
짜장 짬뽕/41
쬐끄마한 사랑/42
아흔아홉/43
한여름날의 꿈/44
맑은 적막/45
한천寒天 - 致梅行 · 260/46
세월이 약이니까/47
죄받을 말/48
금쪽같은/49
마지막 편지/50
밑이 빠지다/51
씹어 삼키다/52
이제 그만/53
멍하다/54
늙마의 길/55
늙마의 노래 - 치매행 · 270/57
늙마의 집/58
못할 말/59
병실 풍경/60
환청 또는 이명/61
병실 풍경 또 하나/62
아내여 아내여/63
저무는 추억/65
부끄럽다/67
깜깜절벽/69
씹는 맛이 있어야지 - 致梅行 · 280/70
침묵의 나라/71
이중국적자/72
초겨울 풍경/73
돌아보다/74
왁자지껄/75
아내의 봄/76
귀뚜라미/77
할 말 없음/78
낼 모레 동동/79
사과를 깎으며 - 致梅行 · 290/80
쓸쓸한 비/81
그믐밤/82
겨울이 오기 전에/83
한치 앞이 어둠/84
단풍을 보며/86
하루 /88
대표작/89
귀를 비우다/90
일지/92
으으응! - 致梅行 · 300 /95
환영과 환청/97
몸과 마음/98
칫솔/100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네/101
내 탓/103
잘 놀자!/104
간병/106
아내의 날개/108
봄이 와도 꽃소식은 없고/110
눈의 말 - 致梅行 · 310/111
끝나지 않은 전쟁/112
마지막 여행/114
울컥/115
레미콘과 워낭/117
쪽잠/119
치매쇼/120
마지막 나들/ 123
이 막막함이라니!/125
생각해 보면/127
한평생 - 致梅行 · 320/129
무제의 세월/130
아내의 지우개/132
죽음보다 편한 잠/133
아내가 말을 했다/134
소통과 불통/136
눈으로 하는 말/138
내 안의 감옥/139
비경秘景/141
호반새/142
무심중간 - 致梅行 · 330/144
간병 일지/145

발문 | 임채우 촉도난蜀道難 / 161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책 속으로

   치매행이 세 권에 이르도록 아직 끝이 보이질 않습니다. 세간에 이르기를 참으로 지독한 사랑이라고 말합니다. 여느 시인이라면 잘해야 시집 한 권으로 떨어질 고 뿔 같은 것을 장장 세 권에 걸쳐 아직도 껴안고 있으니, 우리 문단에 간병 문학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열었음은 물론이요, 한 인간으로서 인정에 곡진함이 세상에 물결칩니다. 당신께서 말씀하길, 병든 아내를 팔아먹고 있는 시인 이라고 자조하곤 하셨습니다. 어떤 이는 자신이라면 그 런 시를 쓰지 않겠노라고 부정적인 언사를 생각 없이 입 에 올렸습니다. 또 어떤 이는 시인께 이런 절창을 안겨 주려고 아내가 병이 든 모양이라고 탄식과 아울러 그의 시를 상찬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경향 각지 치매 환자를 돌보는 그 가족들이 서로 고통을 나누며 고맙다는 인사를 숱하게 전하는 것을 곁에서 지켜보았습니다. 인생의 쓴맛을 본 겸손한 자들은 당신의 언어에 연민의 눈물을 뿌리는가 하면, 가리개를 씌운 경주마처럼 자기 앞만 보 는 자들은 오불관언이라 하였습니다. 제가 시인님 곁에서 시인의 길을 걷게 된 것이 햇수 로 8년, 그 기간이 사모님의 투병 기간과 우연히 일치하 여, 발병에서 지금까지 가까이에 있었습니다. 워낙 당신께서는 자신의 신상에 관해서는 과묵하신 분이라 세세 한 것까지는 몰라도 그 진행 과정은 알고 있습니다. 저 는 시인님과의 인연으로 1시집『치매행致梅行』(2015, 황금마루)의 끝에「필화筆花 한 송이 라는 과분한 발문 을 붙였습니다. 2시집『매화에 이르는 길』(2017, 도서 출판 움)이 발간되고 나서는 시집의 해설「매화와 낙타 의 이중주를《우리詩》(2017. 7월호)에 발표했습니다.
  시인님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당신께서 애써 침착함 을 유지하나 내면의 노심초사와 전전긍긍을 지켜보며 발 벗고 나서서 거들 수도 없고, 매번 물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지나칠 수도 없는 실로 난감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직도 시인님과 사모 님의 고난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우선은 이번 세 번째 시 집이 발간되어 시인께서 붓을 들고 있는 한 절망적은 아니라는 단순한 생각에 와락 고마움을 껴안았습니다. 이 글은 감히 시집의 발문이라기보다는 당신께서 그 동안 잘 견뎌주셔서 고맙고, 앞으로도 더 큰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잘 이겨내시라고, 김종삼 시 인의 墨畵 에서처럼 발잔등이 부은, 물 먹는 소의 목덜미에 손을 얹은 행위였으면 좋겠습니다.

  치매행은 간병看病 기록이다

  치매행은 치매에 걸린 한 지어미에 대한 지아비의 간 병 기록입니다. 간병을 흔히 ‘병수발’ 또는 ‘병시중’이라 고 합니다. 중증 환자나 나이가 들어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손발이 되어주는 것인데, 전문 요양사가 있지만, 대부분 가족이 돌봅니다. 시인을 걱정하는 주변 사람들은 노인이 집에서 환자를 돌보는 것이 너무 힘드니 시설 좋은 가까운 요양원에 모시자고 얼마나 권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당신께서 는 한사코 거부했습니다. 자식들이 나서서 어머니를 요 양원에 모시자고 간곡하게 말씀드렸지만, 당...
신께서는 그 제안도 끝내 거절하셨습니다. 시인의 의식 속에는 요 양 시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듯합니다. 그러나 어찌 그뿐이겠습니까. 당신의 내면에는 아내의 발병에 대한 자신의 책임이랄까, 그런 것이 있는 듯합니다. 시 내 탓 (305, 앞으로 시집 인용 출처는 부제에 붙은 일련번호만 사용한다.)을 보면 “아내가 와불이 되다니/ 아 내 탓이로다, 내 탓!”이라고 절규하고 있습니다. 아내의 발병이 자기가 밤낮없이 술 먹고 다니고, 주말이면 난蘭 캐러 다니고, 시도 때도 없이 시 쓴다고 혼자 놀아 서 집안의 태양이 빛을 잃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부채의 식은 급기야 “안다미씌워서야 쓰겠는가/ 내가 지고 갈, 내 안고 갈 사람”(262)이라고 결론을 내립니다. 여기서 ‘안다미씌우다’는 ‘자기 책임을 남에게 지우다’라는 말 입니다. 당신은 그런 사람입니다. “사람은 몸에 옷을 맞추지 만/ 때로는 몸을 옷에 맞추라 한다.// 짧은 다리는/ 긴 다리보고 맞추라 하고,// 긴 다리는/ 짧은 다리한테 맞추라 한다.”(232)면서, 와불처럼 누워 있는 사모님에게 우리답게 사는 것이 무어냐고 묻습니다. 사모님은 묵묵부답입니다. 사람마다 살아가는 환경과 여건이 제각각 인데 보편적인 척도로 개별적인 것을 일률적으로 재단 한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입니다. 마치 침대 길이에 맞춰 다리를 잘랐다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와 진배없는 것이지요. 시인께서는 마지막까지 아내의 품위를 지 켜주기 위하여, 한 지어미에 대한 지아비의 지극한 사랑으로 오늘도 병상을 지키고 있습니다. 치매행은 간병 일지입니다. 시인께서는 무려 8년 동 안이나 치매에 걸린 아내 곁에서 그 진행 상황을 사실적으로 기록하였습니다. 치매행 연작 330편에서 시인의 시적 언사를 거둬버리면 고스란히 사모님의 상태에 대 한 객관적인 기록만 남습니다.
  시 '일지' (299)를 보면, 사모님의 발병부터 최근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간의 경과를 진술하고 있습니다. 시작은 발병 전 ‘평화’라는 말에서 출발합니다(1~4행). 최초의 증세를 느낀 것은 언어장애가 나타나고부터입니다(5~7행). 인근 큰 병원으로 달려가 진찰을 받고 드디어 발병을 확인합니다(8~11행). 알츠하이머 전두엽 기능 장애로 이상행동이 돌출되는 시기가 뒤따릅니다 (13~25행). 집에서 관리하기가 어려워 주간 요양 센터 에 보냅니다(26~36행). 이 시기에 새 정권이 들어서고 치매 국가책임제라는 정책이 발표됩니다(37~41행). 사 모님을 더 이상 요양 센터에서 받아주지 않아 집에서 24 시간 간병인을 써가며 돌보고 있습니다(45행). 시는 결 코 모호하거나 어렵지 않습니다. 치매행 연작은 한결같은 어조로 평이합니다. 치매가 이 시대의 공동문제라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당신의 생각입니다. 시적 기교로 자기 생각과 정서를 표현한다는 것은 오히려 사치스러운 일입니다. 물에 빠진 사람의 다급한 절규가 어떻게 시적 표현일 수 있겠습니까? 이 사실적인 시 뒤에 당신께서는 의도적으로 2015. 8.14.~2017.11.11.까지의 짤막짤막한 긴 관찰 일지를 달아놓았습니다. 이것은 시인께서 정기적으로 대학병원 에서 처방전을 받아 약을 짓는데, 환자가 거동할 수 없어 시인께서 담당의에게 보이는 자료입니다. 왜 시인께 서는 생략하여도 될 긴 부록을 299 뒤에다 달아놓았을까요. 간병이 이렇게 힘들고 고생스럽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일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시의 끝에 붙여 그 실상을 노출한 것은 시인이 겪고 있는 특별한 상황을 객관화시켜 8년간 부부가 겪었고, 지금도 진행 중인 고난의 실체를 폭로하고자 함이 아닌가요. 부부가 싸우고 있는 상대의 유치찬란한 실상을 백일하에 드러냄으로써 인간이 얼마나 낮아질 수밖에 없는 존재인가, 우리가 경하에 마지않는 삶이란 것의 바닥은 어떤 모습인가를 여과 없이 드러내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이 역시 당신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치매행은 간병인看病人에 관한 기록이다

치매행은 화자가 치매 환자를 돌보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일희일비하며, 그리고 소망까지 피력하고 있는 시 집입니다. 화자와 환자와의 소통 부재는 병세의 악화와 정비례합니다. 시의 화자는 누구인가요. 환자를 돌보는 간병인이자 시인 자신입니다. 시인이란 언어로 표현해 야 하는 천형天刑을 타고난 사람인데 이 소통 부재의 무력감은 시종여일 당신을 절망케 합니다. 치매행은 화자의 독백으로 이루어진 시집입니다. 거대한 모노드라마의 대사가 메아리도 없이 절벽에 부딪혀 낙엽처럼 쌓여만 갑니다. 무대 위에 등장인물은 두 사람인데 한 사람은 입을 다문 역을 맡아 자기 역할에 충실하고, 한 사람은 상대방 주위를 맴돌며 꽃을 보고, 새를 보고, 꿈을 이야기하고, 우리가 맞이할 봄날을 이야기하면서 끊임없이 혼자서 말합니다. 무대 위의 두 사 람 다 자기 역할에 기진맥진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당신의 모습을 1시집 발문에서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에 나오는 산티아고 노인과 같다고 표현했습니다. 그는 84일간 줄기차게 바다로 나가나 빈 배 저어 돌아오는 재수 없고 불우한 노인입니다. 그 노인이 85일째 다시 바다에 나가 이번에는 천신만고 끝에 큰 물 고기를 잡게 됩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상어를 만나 사투 끝에 부두에 도착했을 때에는 앙상히 뼈만 남은 물고기를 달고 있었습니다. 저는 노인의 사투를 거대한 절망에 저항하는, 도도한 허무주의에 대항하는 모 습이라고 하였습니다. “사람은 박살이 나서 죽을 수 있을지언정 패배는 당하지 않아”라는 당찬 사자후가 바로 당신의 목소리라고 하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2시집 해설에서는, 시 낙타행 (152)의 한 구절을 인용하여 당신을 ‘낙타’로 비유했습니다. 낙타는 오로지 의무에만 매달려 있는, 짐을 잔뜩 실은 노 예 상태의 인간을 지칭하는 말이라고 니체가 말하였습니다. 사랑하는 아내를 돌봐야 하는 당신의 처지를 빗댄 말이지만, 이 말은 매화로 비유되는 아내의 세계와 화자 의 세계가 구분되어 있음을, 자기 역시 매화의 세계를 희구하나 낙타의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노라고 쓴 적이 있습니다. 또한 매화인 아내와 낙타인 화자와의 관계를 지구와 달로 비유하였습니다. 지구와 달은 서로 끌어당기는 힘으로 달이 지구 둘레를 끊임없이 돕니다. 치매에 걸린 아내가 지구이고 화자가 그 주변을 맴도는 달인 셈입니다. 지구와 달이 가까워질 듯 멀어집니다. 이 둘의 거리 가 가까워지면 화자는 행복감에 휩싸이고, 멀어지면 나락에 떨어집니다. 달과 지구의 운동이 무한 반복되듯이 화자 또한 희망과 절망이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출판사서평

   현대의학으로도 쉽게 풀어내지 못하는 병이라면 바로 치매를 들 수가 있다. 오래 전에는 망령이라고 불리던 이 병은, 모든 기억을 지우개로 지우는 무서운 병이다. 무엇보다 간병하는 입장에서 여간 인내력을 발휘하지 않고서는 쉬이 지쳐버리게 되는 치매는 환자나 간병인이나 지독한 시련을 요구한다. 홍해리 시인은 부인이 겪고 있는 이 황당한 병을 남편으로서 오롯이 지켜보고, 그것을 간병일지 詩로 써내려간 작품이다. 작품마다 그가 토해놓은 시어들은 눈물없이는 감당하기 어렵거니와 슬픔의 깊이는 감히 척도 할 수 없다. 시대가 급변하고 알지 못하는 새로운 병들이 출몰하는 지금의 시대에 치매는 이제 국민적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독자들이 공감하는 시편이 될 것이다.


-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