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選集『洪海里는 어디 있는가』(2019)

투망도投網圖

洪 海 里 2018. 12. 13. 10:58

* 천윤우 시인의 페북에서 옮김.



投網圖


洪 海 里 



 
無時로 木船을 타고
出港하는 나의 意識
漆黑같은 밤바다
물결 따라 흔들리다가
滿船의 부푼 기대를 깨고
歸港하는 때가 많다.

投網은 언제나
첫새벽이 좋다
가장 신선한 고기 떼의
빛나는 옆구리
그 찬란한 純粹의 비늘
반짝반짝 재끼는
아아, 太陽의 눈부신 誘惑
千絲萬絲의 햇살에
잠 깨어 출렁이는 물결
나의 손은 떨어
바다를 물주름 잡는다.

珊瑚樹林의 海底
저 아름다운 魚群의 흐름을
보아, 층층이 흐르는 무리
나의 투망에 걸리는
至純한 고기 떼를 보아
잠이 덜 깬 파도는
土着語의 옆구릴 건드리다
아침 햇살에 놀라
離船하는 것을 가끔 본다.

破船에 매달려 온
失望의 귀항에서
다시 木船을 밀고 드리우는
한낮의 투망은
靑瓷의 항아리
動動 바다 위에 뜬
高麗의 하늘
파도는 고갤 들고 날름대며
外洋으로 손짓을 한다
언제나 혼자서 航海하는
나의 목선은
조난의 두려움도 없이
鋼船처럼 파도를 밀고 나간다.

저 푸르른 바다
海鳴에 흔들리는 하오下午의 투망
고층 건물의 그늘에서
으깨지고 상한 魚物
異邦人처럼 주어 모은 손으로
어기어차 어기어차
다시 먼 바다로 목선을 민다.

魚付林을 지나
水平線으로 멀리 나갔다가
조난 당한 船片
다시 기운 투망
난파된 밀수선에서 밀려온 密語
바닷바람에 쩔은 바다 사람들의
걸걸한 말투
소금 내음새
갈매기 깃에 펄럭이는
日沒의 바다
官能의 춤을 추는 바다
둥 둥 두둥 둥 둥
푸른 치맛자락 내둘리며
흰 살결 속을 들내지 않고
덩실덩실 原始의 춤을 춘다
그때 나의 本能은 살아
하얀 骨片이 떠오르는
外洋에서 돌아온다.

滿船이 못 된 뱃전에서 바라보면
넋처럼 피는 저녁 노을
오색찬연한 몇 마리의 열대어
그들의 마지막 항의
해질녘 나의 투망에 걸린
이 몇 마리의 파닥임을.

西天엔 銀河
銀河織女의 손가락 가락
밤바다를 두드리고 있다
海面에 흐르는 漁父詞
칠흑  길 海谷에까지
그곳에 흐르는 魚群
물 가르며 물 가르며
나의 意識을 흔들고 있다.

나의 곁을 지나는 漁船
휘파람 소리……
휘익휙 나의 허전한 귀항을
풀 이파리처럼 흔들고 있다만
찢겨진 투망을 걷어 올리며
닻을 내리는 나의 의식은
찬란한 어군의 흐름 따라
싱싱한 生鮮의 노랫가락을 그려
다시 투망을 드리운다
가장 신선한 새벽 投網을!



 - 시집『投網圖』(선명문화사, 1969)

 

     * 처음 발표했을 당시의 원고대로 한자를 살려 보았다.

 왜 그렇게 한자를 많이 썼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이해가 안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읽고 생각하는 맛이 다름을 느낄 수 있다.
  한자어도 우리말이 되었으니 잘 살려 써야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이 글을 200자 원고지 열 장에 세로로 열 번이나 옮겨 쓰며 퇴고를 하던 아주 먼 그때가 아련하기 그지없다. - 隱山.

 

 

 

 

      * 홍해리 시인의 의식을 확실하게  흔드는 시간은 가장 신선한 새벽이다.

    홍해리 시인이 자리하고 있는 곳은 우이동 골짜기 세란헌洗蘭軒이라는 도원桃源이다.   

    산골짜기 도원에 바다가 있고 목선이 있고 파도가 있고 갈매기 울음소리도 있다.     

    오래, 아주 오래전 부터 홍해리 시인은 이곳에서 신선한 새벽이 열리면 고기를 잡으러 혼자 출항을 준비한다.    

    비릿한 소금기 묻은 신선한 시말이라는 생선을 포획하기 위하여 투망을 칠 것이다.

    파닥거리는 싱싱한 시의 고기를 건져 올리기 위하여 투망을 드리울 것이다.     

    그래서 홍해리 시인은 다음과 같은 시말의 어부사를 걷어 올린 시말에서 쏟아 놓는다.

    팔딱이는 탄력에 심장이 튀고 튄다.

  - 손소운(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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