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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은 어쩌면 음악일지도 모르겠다. 시인의 시 속으로 흐르는 음악. 우주 만물의 지음과 돌아섬은 물결에 따라 이루어지는 소리의 향연. 그 소리의 향을 따라가다 보면 해당화는 분명 쬐끄마한 계집애다. 단 한 번도 해당화를 실물로 대하진 못했지만 시인의 시를 읽다 보면 해당화가 눈 안에 선연하다. 색은 발갛고 꽃잎은 얇아서 “파·르·르 파·르·르” 흩어지는 바람을 닮았겠다. 문자로 불러오는 꽃들의 묘사가 살 만한 세상을 만들기도 한다. 해당화는 절 마당이나 아주 조용한 곳, 또는 한갓진 어느 한켠에서 피고 지는 꽃인가 보다. 너무 화려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존재감이 흐리지도 않아서 가슴에 늘 품고 다니는 편지 같은 꽃. 시인의 시를 읽어가면서 꽃들의 모양새가 천천히 각인된다. 그렇구나, 내가 사는 이곳은 진흙별. 그 속으로 석고대죄하듯 천천히 돌아와서 우리를 기다리는 꽃, 해당화!
- 손현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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