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選集『洪海里는 어디 있는가』(2019)

산벚나무 꽃잎 다 날리고

洪 海 里 2018. 12. 28. 10:30

산벚나무 꽃잎 다 날리고
- 은적암隱寂庵에서

洪 海 里

 


꽃 피며 피는 이파리도 연하고 고와라
때가 되면 자는 바람에도 봄비처럼 내리는
엷은 붉은빛 꽃이파리 이파리여
잠깐 머물던 자리 버리고 하릴없이,
혹은 홀연히 오리나무 사이사이로
하르르하르르 내리는 산골짜기 암자터
기왕 가야할 길 망설일 것 있으랴만
우리들의 그리움도 사랑도 저리 지고 마는가
온 길이 어디고 갈 길이 어디든 어떠랴
하늘 가득 점점이 날리는 마음결마다
귀먹은 꽃이파리 말도 못하고 아득히,
하늘하늘 깃털처럼 하염없이 지고 있는데
우리들 사는 게 구름결이 아니겠느냐
우리가 가는 길이 물길 따르는 것일지라
흐르다 보면 우리도 문득 물빛으로 바래서
누군가를 위해 잠시 그들의 노래가 될 수 있으랴
재자재자 끊임없이 흘러가는 물소리 따라
마음속 구름집도 그냥 삭아내리지마는
새로 피어나는 초록빛 이파리 더욱 고와라.


- 시집『푸른 느낌표!』(2006, 우리글)

   * 산벚나무를 아십니까? 산에서 피는 벚나무인줄 알았더니 벚나무 종류가 아주 많고 그 중 눈에 잘 띄는 벚나무 종류인가 봅니다.

산벚나무를 노래한 시가 여러 편 있습니다.

봄이 되어 산길을 거닐다가 문득 활짝 피어 눈을 끄는 산벚나무를 봅니다.

엷은 분홍색의 꽃잎은 소리없어 떨어져내려 봄비처럼 바닥을 덮습니다.

그토록 힘들게 앓았던 사랑의 열병, 그리움은 지금 어디 있나요?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떨어지는 꽃잎을 보면서 우리의 그리움, 사랑, 인생 자체가 덧없게 느껴집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인생이 전혀 의미가 없을까요?

아, 흐르는 물이 누군가의 귀를 즐겁게 하여주는 노래 소리가 되듯이 나의 삶이 누군가에게 조그마한 도움이 된다면 의미가 있겠지요.

그러한 마음으로 나를 위로하며 주위를 돌아보니 세상이 더욱 아름답게 보입니다.


   산벚나무는 장미과의 벚나무 속에 들어가는 나무인데 종류를 들어본다면 벚나무, 왕벚나무, 올벚나무, 개벚나무. 섬벚나무, 꽃벚나무 등 많은 벚나무류 들의 한 종류로서, 이중 산벚나무는 이른 봄 다른 나무들이 아직 새잎이 푸르러지기 전에 화사한 분홍 빛 꽃을 지천으로 피워 우리에게 봄의 소식의 알려주는 나무이다.
꽃은 2.5∼4cm이고 꽃자루가 4월에 연한 붉은색으로 피는데 6월에 검은색의 공모양의 열매가 달린다.

- 김재면(김재면내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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