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화사기花史記』1975

노을

洪 海 里 2019. 3. 4. 06:57




노을

 

洪 海 里

 

 

보내고 난
비인 자리
그냥 수직으로 떨어지는
심장 한 편
투명한 유리잔
거기 그대로 비치는
첫이슬
빨갛게 익은
능금나무 밭
잔잔한 저녁 강물
하늘에는
누가 술을 빚는지
가득히 고이는
담백한 액체
아아,
보내고 나서
혼자서 드는
한 잔의 
술.

 

- 시집『花史記』(1975, 시문학사)




                                   * 갸혼강의 노을(2019. 3. 3.) / Elise Michel 촬영.                                     


노을


洪 海 里



너 혼자서 얼마나 외롭겠느냐

어디 바라볼 시간 있느냐
더 엮어갈 인연 있느냐

이제
하나 하나

눈물겹게 아름답고
슬프도록 황홀한데……

거두어야 할 것 없는 들녘에 해 지고
돌아가야 할 시간도 없이 밤은 오는데

너 혼자서 얼마나 외롭겠느냐

난초꽃 하나
노랗게 지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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