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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영배戒盈杯 / 선경일보 2019. 6. 24.

洪 海 里 2019. 6. 25. 09:09

선경일보



  • [화요시단]
  • 계영배
  • 2019-06-24 15:37
    •         

















      홍해리
      충청북도 청원군 남이면 척산리 출생. 
      1964년 고려대 영문과 졸업. 
                                                          1969년 시집『투망도(
      投網圖』로 데뷔.



      계영배戒盈杯

       

      洪 海 里

       

       

      속정 깊은 사람 가슴속

      따르고 따루어도 가득 차지 않는

      잔 하나 감춰 두고

      한마悍馬 한 마리 잡아타고

      먼 길 같이 떠나고 싶네

      마음 딴 데 두지 마라, 산들라

      세상에 가장 따순 네 입술 같이나

      한잔 술이 내 영혼을 데우는 것은,

      불꽃으로 타오르는 그리움처럼

      줄지도 넘치지도 않는 술잔 위로

      별들이 내려 빙글빙글 도는 것은,

      무위無爲도 자연自然도 아니어서

      내 마음이 텅 비어 있기 때문인가

      은자隱者의 눈빛이나 미소처럼

      입안 가득 번지는 넉넉한 향을

      눈물로 태울까 말씀으로 비울까

      온몸으로 따루어도

      채워지지 않고 비워지지 않는

      잔,

      깊고 따뜻한 너.

              - 시집『비밀』(2010, 우리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