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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새 - 치매행致梅行 · 89 / 경상매일신문 2019. 6. 3.

洪 海 里 2019. 7. 2. 12:15

<詩境의 아침>

경상매일신문  / gsm333@hanmail.net입력 : 2019년 06월 03일



아내

- 치매행致梅行 · 89


 洪 海 里


한평생 나는 아내의 새장이었다 
아내는 조롱 속에서 평생을 노래했다 
아니, 울었다 
깃털은 윤기를 잃고 하나 둘 빠져나갔다 
삭신은 늘 쑤시고 
아파 울음꽃을 피운다 
이제 새장도 낡아 삐그덕대는 사립이 
그냥, 열린다 
아내는 창공으로 날아갈 힘이 부친다 
기력이 쇠잔한 새는 
조롱조롱 새장 안을 서성일 따름 
붉게 지는 노을을 울고 있다 
담방담방 물 위를 뛰어가는 돌처럼 
온몸으로 물수제비뜨듯 
신선한 아침을 노래하던 새는 
겨울밤 깊은 잠을 비단실로 깁고 있다 
노래도 지우고 
울음도 잠재울 
서서한 눈발이 한 생을 휘갑치고 있다. 

<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 경상매일신문


  새장 안에 갇혀 사는 삶. 같은 조롱 안에서 아내를 바라보는 남편은 아내가 측은하기만 하다. 좁은 공간에서, 어쩔 수 없어 견디며 힘들어 하고 있는 아내가 윤기를 잃어가고 있다. 아름다웠던 깃털이 빠져나가 볼품도 없어졌다. 젊은 날이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일상에 매몰되어 자기 자신의 모습조차 잃어가는 사이 새장의 문도 헐거워졌다. 이젠 날아가더라도 붙잡을 수도 없는데 한 마리의 새는 날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 좁은 새장 안에서 담방거릴 뿐 훠얼훨 날기 위한 날개가 있는지조차 잊어버렸다. 날개가 어디에 쓰이는지도 잊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한 생이 저물고 있다. 남편은 그런 아내를 바라보며 같이 그 새장 안에 갇혀 지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서로를 불쌍해하며 안타까워하며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새장 안에 갇히지 않았더라면 자신의 꿈을 찾아갈 수도 있었을 텐데 그것은 옛일이 되었다. 헐거워진 문이야 어찌됐든 날아갈 생각을 버린 채 그 새장 안에서 노래도, 울음도, 잠재우고 겨울밤이 깊어지듯 편안한 잠을 청하려 하고 있다. 그 생이 비단실로 휘갑치고 있는 것이다. 
선택으로 인한 포기가 아름답게 보이는 시 한 편. 남편이 아내를 바라보는 눈망울이 그윽해 보인다. 
  
                                                                                                  <수필가 박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