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이별은 연습도 아프다』(2020)

시인의 말

洪 海 里 2020. 4. 10. 18:45

<시인의 말>

 

시집치매행致梅行을 내면서

 

치매는 치매癡呆가 아니라 치매致梅라 함이 마땅하다.

매화에 이르는 길이다.

무념무상의 세계, 순진하고 무구한 어린아이가 되는 병이 치매다.

어리석은 병이라고 癡呆라 함은 잔인하기 그지없다.

일본에서는 인지기능에 이상이 생겼다는 뜻으로 認知症이라 한다.

이 시집치매행致梅行을 치매환자를 돌보고 있는 분들에게 바치고자 한다.

이름만 크고 속 빈 강정이 아니기를!

결코 치사찬란恥事燦爛한 일이 아니기를!

 

글은 아내에 대한 관찰기록이요, 내 자신의 반성과 그 고백이라서 잘 쓰려고

기교를 부리지 않았으니 욕교반졸欲巧反拙은 아니라 믿는다.

또한 마음이 한가해야 정신이 왕성해진다는데 요즘 마음만 부산하고 우왕좌왕하니

글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니 심한신왕心閒神旺과는 거리가 멀다.

 

하루 속히 신약神藥/新藥이 개발되어 치매로 신음하고 있는 환자들과

환자를 돌보느라 애쓰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 행복과 평화가 함께하기를 소망해 본다.

 

2015년 봄날에,

북한산 골짜기 우이동 세란헌洗蘭軒에서,

洪 海 적음.

 

 

시집매화에 이르는 길을 내면서

 

치매는 치매癡呆가 아니라 치매致梅라 함이 마땅하다.

매화에 이르는 길이다.

무념무상의 세계, 순진하고 무구한 어린아이가 되는 병이

치매다.

 

나도 언제 세상을 꽃으로 보고

그 길을 따라 하염없이 걷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길 끝에 매화가 피어 있다.

 

2017丁酉 매화꽃 피는 봄날에,

북한산 골짜기 우이동 세란헌洗蘭軒에서

지은이 적음.

 

* 위의 글 가운데 처음 4행은 2015년도에 나온 시집치매행致梅行

서문 앞부분이다.
거기에 몇 자 보태 이번 시집의 머릿글로 삼는다.

      - 은산난정隱山蘭丁

      

 

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를 내면서 

 

 갈 길이 멀고

 할 일이 많아

 뒤돌아볼 시간이 없다.

 

 답잖은 허섭스레기를 끼적거리느라

 아내를 돌보는 일에 소홀하지 않았는지.

 

 그래도

 소용없는 일이다

아내는 홀로 매화의 길을 가고 있다.

 

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

 

2018818

북한산 골짜기 우이동 세란헌洗蘭軒에서,

洪海里 적음.



시집『이별은 연습도 아프다』를 내면서


매화 찾아 먼 길을 걸었으나

아직도 눈은 내리고,

바람은 잔잔하나

꽃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그걸 어찌 내 뜻대로 하랴

그간 숱한 흔적과 얼룩이 고운 무늬가 되어

이쪽과 저쪽을 이어 주기를

담담히, 그저, 바랄 뿐!


2020년 봄날에,

홍해리 적음.





  * 표지 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