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이별은 연습도 아프다』(2020)

이별은 연습도 아프다 - 치매행致梅行 · 421

洪 海 里 2019. 11. 29. 05:24

이별은 연습도 아프다

 

홍해리, <이별은 연습도 아프다> (놀북, 2020)
- 여국현(시인)
다시 "치매행致梅行"이다. 마지막 "치매행致梅行"이라 한다.
421편의 울음 같은 노래가 마지막이라 한다.
시는 곡曲이다.
시는 곡哭이다.
곡哭 같은 곡曲이요,
곡曲 같은 곡哭이다.
아름다워도 그렇다.
슬퍼도 그렇다.
부르지 않을 수 없어 부르는 곡曲이요,
어쩔 수 없어 울부짖는 곡哭이다.
곡曲이 곡哭이 되면 가슴을 치고
곡哭이 곡曲이 되면 가슴을 울린다.
곡哭이 된 곡曲을 듣는다.
곡曲이 된 곡哭을 듣는다.
가슴을 치고
가슴이 울리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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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리里別를 찾아서
-치매행致梅行 386
홍해리
이별離別은 꺼꾸로 하라
그러면 別離가 아닌
별리別里라는 마을이 된다
이별을 한다는 것은
가슴속에
또 하나의 마을을 짓는 일
껴안아야 할 사람과
떠나보내야 할 사람을 위하여
별리別里를 찾아
별과 별 사이를 헤내는 이
우두망찰 서 있을 때도
이 별과 저 별을 노래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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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치매행致梅行 391
이별은 연습을 해도 여전히 아프다
장애물 경주를 하듯 아내는 치매 계단을
껑충껑충 건너뛰었다
“네가 치매를 알아?”
“네 아내가, 네 남편이, 네 어머니가, 네 아버지가
너를 몰라본다면!”
의지가지없는 낙엽처럼
조붓한 방에 홀로 누워만 있는 아내
문을 박차고 막무가내 나가려들 때는
얼마나 막막했던가
울어서 될 일 하나 없는데
왜 날마다 속울음을 울어야 하나
연습을 하는 이별도 여전히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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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연습
-치매행致梅行 405
슬퍼도
아파도
기뻐도
말로
몸으로
마음으로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눈물로
울음으로
연습하며
사는 일,
삶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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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은 연습도 아프다
-치매행致梅行 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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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표현주의 화가 에드바르 뭉크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이별’.

비통한 얼굴의 남자가 한쪽 가슴을 움켜쥐고 있다.

심장은 우리 내부 신체기관 중 유일하게 움직임이 느껴지는 곳이어서 감정의 원천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 글항아리사이언스 (동아일보 2019. 12. 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