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섭囁 -도란도란 / 洪海里 / 골프타임즈 2020. 5. 6. 정옥임

洪 海 里 2020. 11. 27. 10:13

골프타임즈 2020. 05. 06.

[정옥임의 시詩산책]

 

 

- 도란도란

 

洪 海 里

 

 

 

술 마실 때 시끄럽게 굴지 말라고

술 마시고 야비다리하지 말라고

'섭囁'은 주도酒道를 이르는 도주道酒,

술의 길을 가리키는 이정표,

술의 멋을 가르치는 훈장이거라

술 마셨다고 함부로덤부로 굴지 마라

두런두런대며 하동지동하지 말거라

입이 셋이고 귀가 하나라면

가볍고 나직하니 어찌 정다울 수 있으며

그 이야기인들 어이 귀에 들리겠느냐

입 하나에 귀가 셋이니 얼마나 좋으냐!

 

'섭'은 토리土理 좋은 남도땅이 낳은 알[土卵]로

정성 다해 빚은 술이니

하늘 기운과 땅의 피가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지 않았느냐

'도란도란'은 투명한 액체의 불

바로 자연이 낳은 용암이다

눈으로 마시면서

마음으로 먼저 취하거라

지딱지딱 마셔 취할 것이 아니라

네 몸과 마음 구메구메 좋은 기운으로

채워 넣어 줄 술이니라, 섭囁은!

 

* '囁'은 전남 곡성에서 토란을 원료로 만드는 40도 짜리

독한 술로 '토란소주 도란도란'이란 이름도 갖고 있음.

 

* '우리詩'의 중추 역할을 하시는 홍해리 선생님의 시를 읽는 나의 자세는

받들어 모신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선생님께서 우이동에 이사하셔서

무릉도원의 결의처럼 이생진, 임보, 채희문 시인님과 만나시면서 '牛耳詩'

(현 '우리詩')의 태동이 시작되었고 40년 넘게 지금까지 지속되어 오고

있다. 20여 권의 시집을 내셨고 이번에 『정곡론正鵠論』을 출간, 보내

주셨다.

  사유 깊고 시를 지으시는 <시인의 말>을 옮겨 적는다.

 

1.

한 편의 시는

칼과 같다.


잘못된 칼은 사람을 찔러

피를 흘리게 한다.


좋은 칼은 사람을 찔러도

피가 나지 않는다.

그게

한 편의 좋은 詩다.

 

2.

이제 더 처절히 고독해지자

더 즐겁게 집중 · 몰두하자

그리하여 내 삶을 살며

나의 시를 쓰자

그늘 없는 생은 깊이가 없다.

 

  시의 칼날에 찔려도 피가 안 난듯, 독한 토란주도 시인이 마시면 약이 되고

독자들이 마시면 정신의 양식이 되고 혼을 풀어 고운 춤을 추게 한다. 이것이

좋은 시가 주는 시의 향연이다.

- 정옥임 시인 I master@thegolftimes.co.kr

 

* 정옥임 시인은《문학21》로 등단. 황진이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대시 영문번역에 남다른 열정을 쏟아온 시인은『시 읽는 사회를 위하여

나는 시를 읽고 시를 쓴다』등의 시집이 있다.

 

-

* 토란꽃 : 홍철희 작가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