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竹音
洪 海 里
죽음이란 말이 왜 그리 무거운가
죽음은 대나무가 내는 소리가 아닌가
한 칸 한 칸 쌓아 올린 빈 탑마다
세상의 소리를 다 모았으니
그 얼마나 황홀한 궁전인가
날마다 펼치는 궁정음악회
우주의 소리란 소리
청아하고 애절한 소리를 다 모아
들려 주는 합창이니
죽음이란 얼마나 눈물겨운 공양이요 공연인가
백조가 마지막으로 들려 주는 울음이 아닌가
우리도 기왕에 한 말씀 남기려면
대나무 우는 소리가 어떨지
땅 속으로는커녕 대처럼 옆으로 뻗지도 못하고
무한 천공으로 치솟아 보지도 못 했으니
언제 세상 소리 다 모아
땅과 하늘을 이어 볼 수 있겠는가
대[竹]는 죽은 후에도 모든 소릴 뽑아내니
우리가 죽는다는 것도
죽은 대나무 소리를 따를 일이 아닐런가
마당가 몇 그루 오죽烏竹이
한겨울에 얼어죽었다
봄이면 되살아나는 걸 보며
죽음학을 해마다 펼치게 되네.
- 월간 《우리詩》 2023.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