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집『마음이 지워지다』(2021)

두덜두덜

洪 海 里 2022. 4. 16. 11:14

두덜두덜

 - 치매행致梅行 · 188

 

洪 海 里

 

 

 

화가 나서 못 살겠다 못 살겠다

두덜두덜 넋두리를 합니다

밥을 먹는 건지

잠을 자는 건지

멍멍한 세상

이 침침하고 골이 띵합니다

 

화는 죽이고

못은 뽑아 버리면 그만

살맛 나는 세상인데

왜 못을 못 빼고 화만 내는가

장도리가 없는가

노루발이 없는가

넘어야 할 산은 넘지 않고

그 너머만 그리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유치원에 안 가겠다고

떼쓰고 앙탈하며 승강이하다

억지로 아내는 차에 올랐습니다

돌아서는 내 발걸음이 천근만근입니다

 

때찔레꽃 한 송이 피워 올릴

조그만 마음자리 하나 마련하지 못하고

점점 지쳐 버리는 내가 한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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