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집『마음이 지워지다』(2021)

시간은 제자리

洪 海 里 2022. 4. 17. 10:23

시간은 제자리

- 치매행致梅行 · 332

 

洪 海 里

 

 

 

누워 있는 아내를 내려다보면

두 눈에 고요한 원망이 그렁그렁

망연하다

 

가슴에 구멍이 뚫리고

바람이 와서 운다

 

산 하나 넘고 나면

더 높은 산이 막아서고

강을 건너면

또 다른 강이 검푸르게 넘실거린다

 

어쩌자고 시간은 아득바득 흘러가는가

시간은 제자리인데

내가 무턱대고 흘러가는 것은 아닌가

 

그리운 항구도 없고

즐거운 술집도 없는

 

살아 있는 무의식이 있을 뿐

의식은 어디로 갔나

 

내 영혼의 아들마늘은 어디 있는가

 

"동생이 살았으면 좋겠다가도

때론 죽는 게 나을 거란 생각도 든다."

 

-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에서 길버트의 혼잣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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