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집『마음이 지워지다』(2021)

섣달 초이렛날

洪 海 里 2022. 4. 17. 11:20

섣달 초이렛날

- 치매행致梅行 · 374

 

洪 海 里

 

 

 

다 주어버린 텅 빈 들녘으로

내려앉은 갈가마귀 한 마리

 

맨발로 휘몰아쳐

등을 때리는

바람에 우는

한 뼘 가웃 남은 해

 

때맞춰 쏟아지는 눈발, 눈발

하릴없이 날아오르는 새

 

어디로 갈까

어디로 갈까

눈 속으로

그냥, 지워지는 하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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