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파자破字놀이

洪 海 里 2022. 6. 21. 05:40

 

파자破字놀이

 

홍해리(洪海里)

 

어느 해 가을날이었것다

시인 셋이서 우이동 '물맑'에 모여 장어를 굽는디

술 몇 잔에 불콰해진 산천에 취해

파자놀이를 하는디 이렇게 노는 것이었다

 

장어 '만鰻'자를 놓고 노는디,

 

한 시인은 "이 고기[魚]는 하루[日]에 네[四] 번을 먹고

또[又] 먹어 힘이 좋기 그만이라!" 하고,

 

마주앉은 시인은 "이 물고기는 맛이 좋아

하루에 네 번을 먹어도 또 먹고 싶으니라!" 하니,

 

그 옆에 앉은 시인은 "이 고기를 먹으면

하루에 네 번을 하고도 또 하고 싶다더라!" 하며,

 

먹고 마시고, 먹고 마시면서 노는디,

 

장어의 힘이 그만이라고 자랑하고,

그 맛을 추켜세우기도 하고,

또 그 효능이 최고라고들 떠들어 대는구나,

 

가만히 보니 고기는 어두일미魚頭一味라는데

누가 떼어 먹었는지 머리는 보이지 않고

보잘것없는 꼬리만 눈에 띈다

 

이때여 주인장이 나서면서,

 

'장어는 꼬리가 그 힘이 절륜하다'며 하나씩 건네는디

특미라는 꼬리를 보고 꼬리 사릴 일 있것는가!

 

"이제 비얌인지 비아그란지 모를 장어 꼬리까지 먹었으니

오늘은 날이 새고 밤이 새것구나, 얼씨구, 지화자!"

하며 노랫가락을 한 자락씩 뽑아내니,

 

맑은 물소리로 흘러가던 우이천이 한마디 거드는디,

 

'이 물고기는 물인 내가 키우니 주인은 나니라' 하는 소리에

백운 인수 만경의 삼각산이 발을 담그고 있다 껄껄 웃으며

'우이천의 어미는 바로 나로다' 하니,

 

세 시인은 그렇구나 그렇구나 하며 귀를 터는구나!

 

"얼씨구 좋다, 지화자 좋다!"

"아무렴 그렇지, 좋구나 좋다!"

 

 

*

 

지난 주에는 친한 두 분의 모친께서 세상을 떠나고, 또 이어령 선생께서도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다시 한 번 명복을 빕니다.

나이를 먹는 건 서럽지 않은데, 가까운 이들의 부고가 점점 자주 들리는 것이 조금은 서러운 시절입니다.

 

코로나는 질병이 세상을 뒤엎고

대선이 코앞이라 세상은 시끄럽고

그다지 멀지 않은 곳 우크라이나의 인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으니

온전히 내 일에 집중하기 어려운 시절입니다.

 

이럴 때는 어지러운 심사일랑 내려놓고

파자놀이 하며 잠시 시름을 잊는 것도 좋겠습니다.

洪海里 시인의 집 <세란헌洗蘭軒> (https://blog.daum.net/hong1852)에서 옮겨왔습니다.

 

시 속에 등장하는 저 시인들처럼 가벼워질 날이 올까요?

언젠가 저처럼 가벼워질 수 있을까요?

모르겠습니다.

2022. 2. 28.

달아실출판사

편집장 박제영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