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잉근내동인문학 / 장민정 시인

洪 海 里 2022. 5. 21. 04:56

잉근내동인문학

- 장민정(시인)

 

오늘은 필사하기 좋은 시로 저의 졸시 「수막새에게」와 홍해리 님의 「접接」,  「몸과 맘」, 「옥잠화」, 그리고 박노해님의 「겨울사랑」 등을 소개했습니다.

우선 홍해리 시인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홍 시인은 현재 우리詩진흥회 대표로 계시구요. 청주 출생이며 고대 영문과 출신으로 우리 회원님들에게도 안면이 많은 분이십니다.

1969년 시집 『투망도』로 등단, 지금까지 시선집을 포함 20여 권의 시집을 출판하셨으니 다작하시는 분이 맞습니다.

다작인데도 한 편 한 편 소홀한 데가 없이 시편들이 완성도가 높아서 놀랍습니다.

특히  사모님께서 치매를 앓고 계신데 손수 돌보시면서 쓴 아내에게 보내는 사랑고백이 두 권의 시집으로 엮여 나왔는데 그 두 권의 시만 230여 편입니다.

놀랍지 않으세요?

어쩌면 홍 시인은 하는 말보다 시가 더 많지 않을까? 돌려 말하면 선생의 말은 모두 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미칠 정도입니다.

어쩌다 내게 보내신 치매행 2권의 시집을 읽으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아래의 시도 『치매행』 2권에 수록되어 있는 시인데요.

아 참,

치매행에 대해 말해야 될 것 같습니다.

선생은 책의 서문에서

"치매는 癡呆가 아니라 致梅라 함이 마땅하다"고

"매화에 이르는 길이다."

"무념 무상의 세계, 순진하고 무구한 어린아이가 되는 병을 치매라 하니

매화에 이르는 길이 맞다"는 것입니다.

 

옥잠화  

- 致梅行 · 228

 

 

우이천 길가에 솟아오르는

옥잠화 새싹을 들여다보다가

 

옥으로 빚은 긴 비녀를

그려보다가

 

옥잠을 예쁘게 꽂은 쪽진 머리의

소복단장을 생각하다가

 

옥잠화와 혼동케 하는 비슷한

꽃을 떠올리다가

 

그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머리를 쥐어짜다가

 

비비추, 네가 내 앞에 나타난 것은

족히 10분이나 지나서였다

 

내가 완전히 방전된 것인가

아직은 쓸 만한 것인지

옥잠화, 네가 말해 다오

 

내가 아내를 따라가는 것인지

허공을 헤매고 있는 것인지

비비추, 네가 말해 보렴.

 

 

나이가 들면 건망증이 심해지기 마련,

나도 오늘 강의하다가 입가에서 뱅뱅 돌리만 하는 어떤 사람의 이름 때문에 애를 먹었었는데….

늙으면 흔히 다반사로 겪는 일이라 무심하게 넘기곤 합니다만 화자는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치매환자인 아내를 돌보다가 치매에 대해 더욱 민감해져 있음을 알게 됩니다. 마음이 더욱 짠합니다.

'옥잠화와 비비추'

옥잠화는 화자에게 익숙한 꽃인가 봅니다.

월하선녀와 악공의 이야기로 얽힌 전설도 알고 있는 듯 옥잠화가 옥으로 빚은 긴 비녀 같다고 슬쩍 내비치는 것 하며 옥잠을 꽂은 소복단장의 여인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화자는 옥잠화를 얘기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비슷한 꽃, 예전에는 잘 알았던 친구의 얼굴을 떠올리지만  그 이름이 생각나지 않을 때,

애가 타는 것이지요. 더욱이 치매환자인 아내를 병간호하면서 살고 있는 화자의 입장에선 더욱 그렇지요.  머리를 쥐어짜다가 10여 분만에 알아낸 그 이름 '비비추'!

오죽 신경이 쓰이고 답답했으면 비비추에게 다 묻습니까?

비비추, 네가 좀 말해 보렴.......

살다 보니 건강이 가장 중요함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 모두 마음도 몸도 건강하도록 노력합시다.^^*

 

몸과 맘  

- 致梅行 · 223

 

 

눈 위를 걸어간 새는 앞으로 가버렸지만,

 

발자국은 여전히 나를 향해 오고 있었다.

 

시행이 단 두 줄밖에 안됩니다.

새 발자국을 유심히 본 자라면 아마 무릎을 쳤을지도 모릅니다.

나도 펜으로 새 발자국을 그려 보았습니다.

맞더군요.

새가 앞으로 쭈욱 걸어가면 그 발자국은 나를 향해 오고 있다는 걸…, 화살표의 표시,

허지만 마음 가는 데 몸 가고 몸 가는 데 마음도 가던가요?

엊박자가 되거나

따로따로 노는 것이 몸과 마음…,

단 두 줄이 함축하는 의미는 크고 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