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조落照
洪 海 里
나근나근
나긋나긋하던 노을이
죽비竹篦가 되어
등짝을 후려치네
단조로움 속으로
서서히 침잠하던 나의 회색빛 삶
낫낫해 더덜없이 가는 길이었는데
밑천 없는 내일이 펼쳐져 있다니
가면서 가지는 게 삶인데
불방망이가 내려치니
바람이 길을 가르쳐주겠는가
구름이 그러겠는가
가지 못한 삶
가지도 않고 가지 못할 길
책등만 보고 한 권 다 읽었다는 듯
길 이름만 듣고 다 살아 보았는가
또다시
저녁놀이 시뻘건 죽비가 되어
어깻죽지를 내리치는 소리
고막을 찢네!
* Yangwoo Kwon 님의 페북에서 옮김. "저문다는 것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