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폭포
洪 海 里 천년을 소리쳐도 알아듣는 이 없어 하얗게 목이 쉰 폭포는 내리쏟는 한 정신으로 마침내 얼어붙어 바보 경전이 되었다. - 시집 『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2016, 도서출판 움) * 얼어붙은 폭포를 노래하였다. 마음이 울린다. 그러다가 한동안 마음이 얼어붙는다. 왜 이 시는 따뜻한가. 폭포를 보고 말하되 폭포에만 머무르지 않고 시인의 ‘인간을 향한 감수성’이 폭포와 함께 떨어지다가 얼어붙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 순간 읽는 이의 마음도 폭포처럼 목이 쉬도록 경전을 읽다가 얼어붙고 마는 것이다. 시는 풍경화만으로 끝났을 때는 읽은 이의 마음을 울릴 수 없다. 독자의 마음을 울릴 수가 없다면 좋은 시가 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요 독자들은 그 시를 좋은 시라고 말하지 않는다. 인간 사회의 가장 더럽고 어두운 골목에서도 시는 용감하고 당당히 아름다움을 건져 올린다. 그 따뜻한 시선은 시인의 시적 언어의 형상화 작업을 거쳐 드디어 시로서 아름답게 반짝인다. 시의 위대함은 거기에 있다. 시가 인간을 떠난다면 단지 개인의 일기장이나 메모 정도로 끝이 날 것이다. 모든 대상을 노래하되 그것이 대상 자체로 또는 인간의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이라면 감동도 따라올 수 없다. 예술이 그렇다. 인간을 표현하는 것이 예술이 될 수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시를 포함한 예술이 인간을 떠난다면 그저 자연의 일부나 사물로 밖에는 취급될 수 없는 이유다. 예술이, 시가 존재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 이범철(시인) * 침묵의 소리를 읽은 적 있는가. 고요의 몸집으로, 천년의 소리를 걸러 경전을 이루었다. 오랫동안 곁을 지나던 바람과 햇볕은 한바탕 절벽을 두드리던 허공의 소리가 서서히 웅크리는 모양을 보았을 것이다. 얼어붙은 소리의 세월을 아는 이는 '톡톡!' 한 방울씩 느낌표를 달고 녹아서 떨어질 날도 유추하는 사람이다. 다만, 그 소리 다 모아 곤두박질하다가 목이 쉰 말을 따뜻한 눈으로 읽을 뿐 주석을 달지는 않는다. - 금 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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