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치과에서 - 치매행致梅行 · 331 / 이인평(시인)

洪 海 里 2024. 1. 4. 17:37

치과에서

- 치매행致梅行 · 331

 

洪 海 里

 

 

 

아내는 밥도 못 먹고

누워만 있는데

 

나만 잘 먹고 살자고

새 치아를 해 넣다니

 

뼈를 파고

쇠이빨을 박다니

 

내가 인간인가

이게 사람이 할 짓인가.

 

 

 

<해설>

공간시낭독회 2020. 9월. 제482회

  인간으로서, 사람으로서 할 짓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짓이 있다는 것을

중심으로 자기 성찰의 의미를 짙게 새긴 시네요. 이미『치매행致梅行』

시집을 발간한 바 있고, 이 연작시를 끊임없이 써서 331편에 해당하는 이 시를

통해, 치매에 걸린 아내를 두고 자신의 처지를 비교하는 시상이 너무 진솔

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더욱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 하네요. 요즘엔 누구나

쉽게 하는 임플란트 기술에 의해 이빨 건강이 많이 좋아졌지요. 하지만 화자

는 아내의 처지에 비추어 치아의 건강을 챙기는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울

정도로 탄식을 하네요. 그렇다고 이빨 치료를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처지

에서 아내를 생각했다는 것은 다름 아닌 아내에 대한 사랑의 목소리인

것이지요.

  치매처럼 답답한 병도 없지요. 우선 의사소통이 안 되니 막무가내일 수

밖에 없는 노릇이지요. 기억이 사라져 버리고 상황을 인식할 수 없다는

것, 그러므로 모든 게 일방적인 상황이라는 것이 안타깝지요. 더구나 '밥

도 못 먹고 누워만 있'는 아내에게 너무 미안한 나머지 자신을 향해 '나만

잘 먹고 살자고/ 새 치아를 해 넣다니!' 하면서 스스로를 나무라는 어조는

끝내 '뼈를 파고/ 쇠이빨을 박'는 사실을 직시하면서 '내가 인간인가/ 이게

사람이 할 짓인가!' 하고 뼈를 깎는 미안함을 표현했지만, 어쩌겠어요. 기

억이 있든 없든 먹지 않을 수 없는 생리적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지요. 그

래도 기억이 없는 아내를 보살피기 위해서는 건강을 소홀히 할 순 없지요.

모든 게 운명적인 인생에서 아무리 안타까운 처지라 하더라도 할 일은 하

면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니까요. 부디 임플란트 시술이 잘 돼서 아내를

더욱 건강하게 보살피기를 빕니다.

  - 이인평(시인). 

 

 

* 남해횟집(김이하 시인 촬영. 202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