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커니 잣거니』(미간)

늙마의 봄 · 2

洪 海 里 2024. 1. 21. 11:21

늙마의 봄 · 2

 

홍 해 리

 

 

나일 먹고 또 나이 들어도

그림 속 떡을 보고 침을 흘리고

사촌이 땅을 사면 축하할 일인데

왜 아직도 내 배가 아픈 것인가

어느새

깨복쟁이 멱감던 개울가를 돌아보고

사철나무 서 있던 우물가를 서성이는

늙마의 봄이 오니

볼 장 다 보고 나서도

휘영청 달 밝은 밤이 되면

하늘에 그물을 던지고 있는데

봄이 오면 정녕 고목에도 꽃이 피는

그곳으로 발밤발밤 가 볼 것인가

발바투 달려갈 것인가

무한 적막은 어떻게 잡고

영원은 또 언제 그릴 것인가

봄이 와도 봄이 아닌 나의 봄이여.

 

- 계간 《창작21》 2024.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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