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사랑
洪 海 里
나,
이제
그대와 헤어지려 하네
지난
60년 동안 나를 먹여 살린
조강지처
그대를 이제 보내주려 하네
그간 단단하던 우리 사이
서서히 금이 가고
틈이 벌어져
이제 그대와 갈라서려 하나
그대는 떠나려 하지 않네
남은 생을 빛내기 위해
금빛 처녀 하나 모셔올까
헤어지는 기념으로
사진도 두 번이나 찍고
그대와 나 사이를 이간질하던
나의 나태와 무관심을 나무랐지만
그대를 버리기
이렇게 힘들고 아플 줄이야
이 좋은 계절
빛나는 가을에
오, 나의 지독한 사랑,
6번 어금니여
나 이제 그대와 작별하려 하네!
사랑의 뿌리
지난 봄날 나는 너를 보냈다
그 동안 든 정 때문에 찰칵
마지막 사진을 찍고
모를 것이 정이라고
그간 서로 붙어 살아왔다고
떠나려 하지 않는 너
단호하게 결별을 선언했지만
뿌리는 두고, 너는
몸만 가버렸다
필요 없는 사랑은 화근거리
사랑이면 은밀히 묻어두었을 것을
사랑의 오독이었을까
시간이 가면
뿌리도 저절로 솟아오르리라
지층 깊이 박혀 있는 너를 보내려
다시 입 꽉 다물고 촬영을 하고
몽혼을 하고
집게로 뿌리를 물고 뽑아올린다
바르르 바르르 몸이 떨리고
자지러질 듯 혼절할 듯
이마에 진땀을 흘리며
너도 나도 울고 있었다
나도 너를 떠나보내기 아쉬웠던가
재차 마취를 하고
무지막지하게 떨치려 해도
옴짝달싹도 않던 너---
드디어 손을 놓고 너는 울었다
너 있던 자리 얼기설기 꿰매고
허탈과 통증으로 일그러진 한밤
시커먼 피가 꾸역꾸역 흘러나온다
너의 흔적이, 너의 상처가,
뼛속의 적막이 온몸을 찍어누른다
사랑은 부드러운 힘,
지독한
또는
악랄한.
금빛 처녀
온 세상이 황금 물결치는 계절
하얀 이슬이 맺히는 날
금빛 처녀 하나 물고 와
구중심처에 숨겨 놓았네
평생을 같이한 조강지처
버린 지 며칠이던가
믿지 못할 것이 사람의 인연
입을 귀에 걸고
함박웃음을 속으로 감추면서
다짐하노니
'나 이제 죽을 때까지
너를 깨물어 주면서 살리라
빨아주고 핥아주고 아껴주면서
문지르고 닦아주고 보살피면서
남은 생을 금빛으로 밝히리라
온새미로 있는 듯 없는 듯
우리 사랑 궁합이 잘 맞아
물고 깨물고 부수면서
해로하리라, 오오, 나의 금니여!'
* 이를 뽑고 나서야 이가 오복의 하나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사랑니, 어금니를 뽑느라 고생을 했던 아픈 경험이 이런 시를 쓰게 했다.
금빛 처녀 하나 모셔다 보이지 않게 모셔 두고 살지만 조강지처만 하겠는가.
부디 하루 세 번씩 이를 잘 닦아 건치를 유지하시기를!
- 洪 海 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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