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투망도投網圖』1969

<시> 저승의 꽃밭

洪 海 里 2005. 10. 28. 10:02

저승의 꽃밭

 

洪 海 里

 

 

차 지난 다음
먼지 인 미루나무의 길
빗나간 시간의 공허에
우리는 얼마나 배회하는가
인연의 별자리는
숱한 계곡에서 반짝이고
금싸라기를 캐는
세월의 광맥
어느 기슭에
낮달의 이슬 맺힌 풀이파리
하나 흔들리는가
이승의
살점은 모두 발라내고
뼈만 남은 영혼은
가장 찬연히
저승의 꽃밭에서
꽃 피울 수 있는가
몰라,
이승의 다릿목을 치는 바람
살점을 물어 날라
청정의 웃음 마저
잃어버리고
해골만 떠오르는 바다 위에서
반짝거린다
노래한다.

  - 시집『投網圖』(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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