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투망도投網圖』1969

<시> 기도

洪 海 里 2005. 10. 28. 09:58

 기도

 

 洪 海 里

 

 

가진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습니다
수확이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생명밖엔 가진 것이 없습니다

철이 변할 때마다
삶의 진실을 살찌워 주옵소서

생명이 찬란히 피는 주변에
가벼운 꽃그림자와 달빛과
내 꿈의 영토에
물소리 바람소리 사람들 소리

가진 것이라곤 없습니다
하늘이 말갛게 익을 때면
빈 손바닥에 잘 익은 과일과

나뭇잎이 바람에 날리면
그냥 그 속에 묻혀서 살고
그리하여 백설이 내리면
잊힌 노래를 다시 부르며

눈물나는 사랑과
죽음과 기다림과
더 찬란한 슬픔 속에서도

무거운 진실로
생명을 살 찌우고
가벼이 돌아가게 해 주옵소서.

           - 시집《投網圖》(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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