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대추꽃 초록빛』1987

<시> 유빈이의 말

洪 海 里 2005. 11. 12. 10:26
유빈이의 말
홍해리(洪海里)
 

아빠, 안녕히 주무셨어요?
이른 새벽에 잠깬 유빈이의 인사
그래, 유빈이도 잘 잤니?
아뇨, 고갤 젓는다, 꿈꿨어요
무슨 꿈?
인형꿈, 난초꿈, 텔리비젼꿈, ......
아직 새벽인데 더 자렴!
눈뜨고 꿈꾸려고 눈뜨고 있는 거예요!
유빈이는 다섯 살, 만 세 살 반
그러니 세 살도 되고 네 살도 되고 또 다섯 살도 된다
그러나 지상에 온 지는 꼭 삼 년 반
아빠는 눈감고 귀막고 살다
불혹 고개 지나서 무디어진 칼을 갈고
날을 세운다 밤으로 낮으로
말을 배운다 집에 돌아와
낮엔 말만한 녀석들에게 말을 가르치고
병아리만한 딸아이한테 말을 배운다
내가 가르치는 말은 허공중에 떠돌고
내가 배우는 말은 물고기 같다
아침 이슬 방울 같은
엉뚱하고 신선한 충격이다

파랑새는 품안에 있으나 잡지 못하고
진리는 손안에 있으나 깨닫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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