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은자의 북』1992

<시> 겨울詩

洪 海 里 2005. 11. 21. 04:56

겨울 詩

 

     洪 海 里

 

 

   죽을 줄 모르고 살던

   꿈같은 시절도

 

   이제 낙엽이 쓸고 간 산하

   눈이 내리고...

 

   해 지고 달 오르면

   다시 접는 마음 자락

 

   어둠만 겹겹이 차

   이름 하나 지우다

 

 

 

  * 지난 10월 6일 종각역 부근의 파노라마 뷔페에서 있었던 <우리詩> 문학 행사장에서 홍해리 시인을 만났다.

그는 <우리詩> 월간잡지의 회장이기도 하다. 참으로 오랜만에 만났다.

홍해리 시인은 특유의 모자를 쓰고 근엄하게 가꾼 수염이 품위를 더해주었다.

행사 맨 처음의 순서에 따라 그는 인사말을 조리 있게 했다.

특히 새로 등단한 신인들에게 시를 가볍게 여기지 말고 생명을 바쳐 문단에 우뚝 서기를 당부했다.

그러고 보니 이제 스산한 初冬이 왔다.

지난여름과 풍요의 가을은 온데간데없다. 참으로 꿈같은 시절이다.

낙엽이 쓸고 간 산하에 곧 눈이 내릴 것이다. 이

런 세기의 계절을 보내면서 시인의 마음은 무엇에 젖어있을까.

기온이 차가우면 오히려 정신은 맑아지는 것이 아닐까. 부르주아와는 인연이 없는 시인은 가난할 수밖에 없다.

또 겨울의 추위를 견디어야 하는 어둠만 겹겹이 에워싼다. 반달곰처럼 冬眠에 들어야 하리라.

- 정 일 남(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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