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은자의 북』1992

<시> 세상은 깨어 있다

洪 海 里 2005. 11. 21. 04:55


세상은 깨어 있다
    洪 海 里

     
 
 
  세상이 다 깨어 있구나
깨어 있어 모두 사기치고 있구나
화담이 명월에게 사기치고
욕심이 허심에게
소금이 맹물에게
이론이 실제에게
국물이 갈비에게
화염병이 돌멩이에게
내가 나에게
네가 너에게
눈으로 사기치고 몸으로 사기치고
세상은 깨어서 반짝반짝하는구나
말로 사기치고 생각으로 사기치고
세상은 화려하구나 황홀하구나
사기로 사기치고 있구나
어둠이 대낮에게 사기치고
진실이 거짓에게 사기치고
세상은 유쾌하구나 살맛나는 세상이구나
바람에게 사기치는 산이 있구나
하늘에게 사기치는 세상이 있구나
절망이 희망에게 사기치고
사랑이 배신에게 사기치고
삶이 죽음에게 사기치고 있구나
사기치는 즐거움으로 사는 세상이여
사기, 사기, 사기의 세상이여
다 깨어 있구나 시퍼렇게 깨어 있구나
세상은 깨어 세상에게 사기치고 있구나
사기꽃은 피어 향기롭구나 화려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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