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소산조短簫散調
洪 海 里
바닷가 청대밭의 천년 파도야
굵은 숫대들을 싸고 울었더니라
말없이 여왕처럼 솟은 암대 한 그루
萬古靑靑 푸르름으로 서서 기다리면서
대통 속에 靑山流水를 기르고 있었더니라.
마침내 임자 만나 님의 손길로
뒤에 하나 앞에 네 개 指孔을 파니
한 자 네 치 몸 속에서 솟구치는 恨
입김따라 손길따라 목이 취해서
한 마당 千年風流 뿜어 나오다.
가슴으로 흔은히 흐르는 영롱한 가락
지그시 감은 눈길 귀기 서릴 때
지공 짚은 손끝마다 신명이 지펴
떨리는 가락으로 펼치는 저 비단길
살로 아닌 뼈로 우는 저 머언 소리.
자지러지듯 흐느끼듯 절절이 울어
장송을 감싸 안는 흰 구름장 위
황토빛 맨발 청상 서룬 하늘빛
울먹일 듯 울먹일 듯 이승 저승을
녹아나는 애간장아 열두 간장아.
- 시집 『난초밭 일궈 놓고』(1994, 동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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