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투명한 슬픔』1996

<시> 나무에게 경배를

洪 海 里 2005. 12. 4. 05:25
나무에게 경배를
홍해리(洪海里)
 

한 그루 나무로 서고 싶네

땅 속 깊이 뿌리 박고
푸른 하늘에 손을 흔드는

때가 되면
아낌없이 나뭇잎을 떨어뜨려
시린 발등을 덮어주고

겨우내 하얀 잠 속에 빠져
모두 잊어버리는 망각의 여유와

푸르른 녹음으로
지친 영혼을 쉬게 하는

연초록 고운 이파리
칼보다 강한 봄날의 나무이고 싶네

사람이 사람이기를 포기한
인간들이여

녹색, 초록빛에의 외경심으로
푸른 풀, 나무에게 경배하라

그대의 조상이요, 힘이요, 원천이요, 역사인
세월이 가면 화석이 되고, 다시
생명의 불을 밝혀 줄

먼먼 한 그루 나무이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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