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투명한 슬픔』1996

<시> 한강타령

洪 海 里 2005. 12. 4. 05:29
한강타령
 

아아 이제는 눈도 멀었다
아아 이제는 귀도 먹었다
아아 이제는 코도 막혔다
아아 이제는 심장도 멎었다
아아 이제는 생식기도 무용지물
아아 이제는 온몸이 마비되었다

해를 품지도 못하는 희망
절망만 노래하는 비애의 강
죽음의 노래여

늙은 창녀가 되어
온갖 잡것들 모두 받기만 하고
자정 능력을 잃고 썩어갈 뿐……

그러나
한강이, 이 하늘의 강, 우주의 강이
큰 강으로, 빠른 강으로
영원히 우리들의 가슴 속에 흐르는 날
江은 바다에 가 닿으리
하늘도 품고 푸르게 흐르리
우리도 얼굴을 비추어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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