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난초밭 일궈 놓고』1994

<시> 사람의 힘

洪 海 里 2005. 12. 4. 16:52
사람의 힘
 

섬에서 염소 풀어 방목을 하면
스스로 풀 뜯으며 흘레를 하여
파도소리조차 새까맣게 들리는
염소섬이 되어 버리지

몇 해 후면 한밑천 잡는다지만
그러나 어느 날엔가
염소들은 씻긴 듯이 사라져 버리고
파도자락만 쓸쓸히 섬기슭을 핥고 있지

사람들은 편리한 대로
적자생존이라 말들 하지만
누구일까
그 많은 염소로 보신을 한 이는

때가 되면
스스로 쓰러져 썩어가는
밀림의 나무들
누가 있어 그들의 영혼을 불러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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