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詩』와 우이시낭송회

<탐방> 북한산詩花祭와 丹楓詩祭에 대한 보고서

洪 海 里 2005. 12. 8. 12:37

우이시 탐방/배현순 | 갯벌문학과 함께 2005/10/03 16:22
http://blog.naver.com/jijiu00/140017962652

우이시, 북한산 시화제와 단풍시제에 대한 보고서/배현순

 

 

 

가을, 단풍이 든다. 붉은 잉크병을 하늘에다 엎었다.

가을, 잊었던 사람들이 기억이란 붓을 든다.

가을, 낙엽이란 눈물을 떨군다.

가을, 저녁강을 건넌다.

가을, 한 생이 끝났다 했고

가을, 한 생이 다시 시작하는 것이라 했다.

 

가을은 생에 두 번 오지 않는

열반에 드는 날이자 탄생의 날이기도 한, 

잔칫날이라고 했다.

 

-[가을은/배현순 시 전문]

 

 

 

 

 

 

가을이 되면 떠오르는 동인회가 있다. 우이시다

우이시 동인회에 가면 원로 홍해리시인님, 임보시인님, 이생진시인님, 박희진시인님원로 시인님들이 계시다

순수시계열, 문학의 정수, 순수시정통의 맥을 이어오시는

원로 시인님들이 계신 곳이다

우이시 동인회에서는 詩의 祭라는 의식을 봄, 가을 두 차례 행하신다.

북한산 봄 시제와 가을 단풍제이다.

시를 흠모하는 시인이라면 한 번쯤은 북한산 시제에 참석해서 잔을 올려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뜻있는 행사이다.

그곳에 가면 꽃과 새, 그리고 나무, 사람이 수평과 수직으로 만나 공간을 이루는 것

을 볼 수 있기도 하다.

지난해 가을 시제에는

     천년의 문을 여는 운파 송성묵님의 대금 연주가 숲을 휘휘 돌아서

    지상으로 내려 갔던 나비들을 불러 모으는 것을 보았고,

    초대 손님으로 오신 이귀선님의 울려춤도 볼 수 있었다

     시로 술을 빚어서 대지로 그 술을 마시게 하고 대지는 샘물을 길어 올려 흐르게 하는

     소리가 또 하나 있으니 그것은 우이시 동인분들의 시를 낭송하시는 낭랑한 목소리다.

     그 날 그 숲 속에는 햇살이 부시게 부서져 내렸던 기억이 난다.

    그 날의 그 소리 그 눈빛들을 떠 올리며 시 한 편 한 편을 소개해 볼까 한다. 

  

 


 

은 또 어이해서 찾아오는가 / 임보(林步)


 

지난 온 겨울을
진눈깨비로 절인 산과 들판에
봄은 또 어쩌자고
그 작은 해빙(解氷)의 가는 물소리로
찾아오는 것인가?

지난 온 겨울을
북풍에 찢긴
빈 나뭇가지 마른 풀잎 위에
봄은 또 어쩌자고
그 여린 꽃눈으로
솟아오르는가?

지난 온 겨울을
호열자보다도 무서운
매서운 영하(零下)로 가득했던 골목,
그리하여 주민들은
눈과 귀를 그들의 두터운
커튼 뒤에 숨기고
병동(病棟)처럼 죽어 있었던 빈 마을에
봄은 또 어쩌자고
그 푸른 유혹의 입김, 아지랑이로
그렇게 피어오르는가?



본명 姜洪基
1962년 서울대학교 국문과 졸업.
1988년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문학박사
1962년「현대문학」등단
시집으로 『임보의 시들 · 59-74』 『山房動動』 『木馬日記』,
『은수달 사냥』, 『황소의 뿔』, 『날아가는 은빛 연못』,
『겨울, 하늘소의 춤』『구름 위의 다락마을』
『운주천불』
『사슴의 머리에 뿔은 왜 달았는가』(2002)
『자연학교』(2004, 도서출판 고요아침)
시론집
『현대시 운율 구조론』『엄살의 시학』등
현재 〈진단시〉 및 〈牛耳洞 詩人들〉 동인이며
충북 대학교 인문대학 국문과 교수로 재직중
<문학의 즐거움> 자문위원

 

 

숫돌은 자신을 버려 칼을 벼린다/홍해리


 

 

 

제 몸을 바쳐
저보다 강한 칼을 먹는
숫돌,

영혼에 살이 찌면 무딘 칼이 된다.

날을 세워 살진 마음을 베려면
자신을 갈아
한 생을 빛내고,

살아 남기 위해서는 버려야 한다.

서로 맞붙어 울어야
비로소 이루는
相生,

칼과 숫돌 사이에는 시린 영혼의 눈물이 있다.

 

 


본명: 洪峰義
충북 청원 출생
1964년 고려대학교 영문과 졸업
시집으로『투망도』,『화사기』,『무교동』,『우리들의 말』,
『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홍해리 시선』,『대추꽃 초록빛』,
『청별』,『은자의 북』,『난초밭 일궈 놓고』,『투명한 슬픔』,
『애란』등
<3인 시집> 『산상영음』,『바다에 뜨는 해』,『원단기행』등
현재 월간 『牛耳詩』대표

 

기계와의 동거

 

                      윤준경

 

한때 기계가 두려운 적 있다
인간을 지배하는 쇳덩어리
맹렬히 그를 거부한 적 있다

 

사람이 없는
어느 밤 그가
흐물흐물 거기서 새어나와
나에게 다가왔다
꿈결에도 멀리 주파수를 맞추고
말랑한 촉각을 세우며 나를 애무했다


싱싱한 더듬이가 더욱 자라고
전율이 속까지 팽창하면서
나는 기꺼이 그에게 점령당했다

 

밥이 나오고 국이 나오고
집이 나오고 옷이 나오고
그리움도 눈물도
사랑도 나온다

 

사람보다 따뜻한
기계의 혼
그 혼이 내게 스며
터놓고 동거하고 있다

 

 
윤준경
경기도 양주출생
한맥문학 신인상
우이시 동인
 
 

호박/나병춘

 

 

동자승 하나
배꼽 환히 드러내 놓고
알몸으로 와선중이다

 

따가운 햇볕도 배고픔도
다 눌러 베고서

 

 

나병춘시인
 
전남 장성에서 출생
'94 <시와 시학>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새가 되는 연습' 상재
한국 시인협회 회원
우이시회 회원
석전시 동인
숲해설가 협회 회원
숲연구소 회원
 

봄비는 가슴에 내리고 /목필균


 

그대가 보낸 편지로
겨우내 마른 가슴이 젖어든다

봉긋이 피어오르던 꽃눈 속에
눈물이 스며들어, 아픈 사랑도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주리라

아무 것도 적혀있지 않은
겨울 일기장 덮으며,
흥건하게 적신 목련나무
환하게 꽃등 켜라고
온종일 봄비가 내린다



춘천교육대학교 졸업
성신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현재 우이시 회원
현재 서울숭례초등학교 교사
<문학의 즐거움> 부회장
시집으로『거울 보기』,『꽃의 결별』등

 

 

여름 아침/한수재


 

곧 떠날 것처럼,
곧 돌아올 것처럼,
시원히 젖는 아침

어디라도
한여름
잘 빠진 매미 울음

앓고 앓는
내내
일체 멈춰버린 재미

그 해(害)가 어디로 오든지
갑자기
아플 것도 없으리

 

 

한수재

서일대학교 식품공학과를 졸업

현재 한 벤처회사에 근무.

 

기다림- 이생진

 

 

 

너만 기다리게 했다고 날 욕하지 말라
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너만큼 기다렸다
이상하게도 같은 세월에
엇갈린 입장을
물에 오른 섬처럼
두고두고 마주 보았다

 

 

李生珍

시인은 수많은 섬을 탐방한 <섬의 시인>으로 유명

『그리운 바다 성산포』『산에 오는 이유』『바다에 오는 이유』

『섬에 오는 이유』『하늘에 있는 섬』『거문도』『詩人과 갈매기』

『그 사람 내게로 오네』 등의 시집

시화집으로 『제주도, 그리고 오름』등

 

 

또한, 우이동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우이시회는 매달 시낭송회와

시 담론회를 개최하는데 회원들의 시를 놓고 비평을 하기도 하고 자작시에

대한 해설과 낭송을 하기도 한다.

초대시인의 시에 대한 강론과 국악인의 창, 대금, 단소, 가야금등 연주도 접할 수

있는 풍요롭고 가슴 따뜻한 문학의 본거지가 되고 있다.

 

특별히 봄, 가을에 행해지고 있는 시제 행사에는 전국 곳곳에서 시를 사랑하는 문인분들이

대거 모이는데 순진무구의 언덕을 맛볼 수 있어 참 좋다.

또한, 문단에는 많은 크고 작은 동인회가 있다. 문학의 다중시대이면서도

문학의 빈곤시대라고 하는 요즈음 시대에 동인회간의 문학적 교류란

큰 의미를 가지게 한다.

 

작품을 보내 주신 우이시회장님과 시인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