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詩』와 우이시낭송회

<선언문> 자연과 시의 선언문

洪 海 里 2005. 12. 23. 04:25

 <牛耳詩會 북한산단풍시제>

자연(自然)과 시(詩)의 선언(宣言)

 


 

  자연(自然)은 생명(生命)의 모태(母胎)요 삶의 터전이다. 모든 생명체는 어머니인 자연의 품속에서 복된 삶을 누릴 수 있는 천부(天賦)의 권리를 부여받았 다. 반면에 만유(萬有)가 공유(共有)할 수 있는 자연을 성스럽게 보전해야 할 의무도 또한 지고 있다. 그런데 지상의 영장임을 자처하는 간악한 인간의 무리들은 문명(文明)과 개발(開發)이라는 미명(美名) 아래 흐르는 강을 막고 푸른 산을 헐며, 무쇠로 수레와 배를 만들어 수륙(水陸)을 넘나들고 강철로 날개를 지어 창공을 가르면서, 어머니 자연의 가슴을 물고 뜯어 만신창이(滿身瘡痍)를 만들고 말았다. 그리하여 생명의 근원인 물과 공기는 썩어 가고 대지와 초목군생(草木群生)들은 병들어 시들고 있지 않는가. 무너지는 자연과 함께 인간의 종말이 머지않았음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한 사실인데, 아직도 그 위기를 깨닫지 못한 몰지각(沒知覺)한 인간들은 눈앞의 사소한 이익에만 사로잡혀 서로 자연훼손(自然毁損)의 경쟁을 벌이고 있으니 아, 통탄할 일이로다. 이제 인간들은 지상의 영장(靈長)이 아니라 그들의 모체(母體)를 허무는 패륜아(悖倫兒)요, 신(神)의 뜻을 거역하는 범법자(犯法者)로 전락하고 말았다. 아니 대지를 갉아먹는 좀벌레요, 죽음의 덫을 쌓아 가는 무지한 도깨비에 지나지 않는다.

  암담한 인류의 미래를 내다보며 전율을 느끼는 우이동(牛耳洞) 시인(詩人)들 이 오늘 북한산 자연의 품속에 안겨 외치노니, 몽매한 인간들이여, 네 생명의 젖줄인 자연을 섬겨라. 자연을 보는 네 눈이 아직도 닫혀 있다면 세상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저 산야(山野)의 눈부신 단풍들을 보라. 신의 뜻 생명의 외경(畏敬)이 여기 넘치나니 그대가 지은 어떤 마천루(摩天樓)의 모래성도 한 이파리 저 단풍의 신비를 따를 수는 없으리라. 단풍은 자연이 만든 아름다운 시(詩)다. 이 시가 막힌 네 가슴을 열지니 돌아와 무릎을 꿇고 자연 앞에 경배(敬拜)하라.

  아, 무엇이 이 세상을 이처럼 황폐하게 만들었는가. 인간 심성(心性)의 각박함 이로다. 이기적(利己的)인 탐욕에 눈이 멀어 사랑으로 세상을 보는 시의 마음을 잃은 탓이로다. 각박한 인간들이여, 그대들의 가슴속에 깊이 잠들어 있는 시의 불씨를 깨우라. 시의 불씨가 타오르면 겨울 들판처럼 얼어붙은 그대들의 가슴에 해동(解凍)의 물결이 일렁이고, 머지않아 백화(百花)가 난만(爛漫)한 따스한 봄 동산을 얻으리라. 시는 인간의 아름답고 순수한 심성(心性)이 빚어낸 꽃이요, 이 지상에 평화를 심는 사랑이다. 시로 쓰인 연두교서(年頭敎書), 시로 된 법전(法典), 시로 이루어진 신문기사(新聞記事), 시로 외치는 행상인(行商人)의 목소리―그러한 시인공화국(詩人共和國)은 없는가. 그러한 세상은 자연과 인간과 만휘군상(萬彙群像)이 한데 어울려 뒹구는 평화의 낙원(樂園)이 아니겠는가.

  사람들이여, 자연을 사랑하는 시의 마음을 어서 일깨우라. 그대의 아름다운  심성이 암담한 절망으로부터 세상을 구원하리라. 단풍은 자연이 빚은 아름다운 시요, 시는 사람들이 피운 아름다운 단풍잎이다.

 

                                                            200  년  월   일

                                                           牛耳詩會 회원들